현재 월 20만원인 양육비 선지급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지원액이 지나치게 적다"는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국회에서 지급액 산정 방식을 손질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6일 국회에 따르면 성평등가족위원회 소속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4일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양육비 선지급제는 18세 이하 자녀를 둔 한부모가 양육비를 받지 못할 경우 국가가 먼저 자녀 1명당 월 20만원을 지급한 뒤 비양육자로부터 해당 금액을 회수하는 제도로, 지난해 7월1일과 시행됐다. 오는 10월29일부터 신청 대상이 확대되면서 소득기준이 폐지됐지만 지급 금액은 제도 도입 당시와 같은 월 20만원 정액으로 유지되고 있다.
윤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선지급금을 일률적으로 월 20만원으로 정하는 대신 양육비 채무자의 소득·재산, 실제 부담해야 하는 양육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급액을 결정하도록 했다. 월 20만원이 실제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양육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봐서다. 선지급금을 인상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개정안은 선지급금을 회수할 때 채무자의 소득에서 원천공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회수율도 높이도록 했다. 지금도 선지급금 회수를 위해 급여와 예금을 비롯해 부동산·자동차 등을 압류할 수 있지만 소득에서 처음부터 떼어가지는 못한다.
현장에서는 현재 지급액으로 최소한의 양육비도 충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월 20만원으로는 식비와 교육비, 의료비 등 기본적인 양육비를 감당하기 어렵고 학원비는 물론 방과후 활동비조차 부담하기 힘들다는 목소리다.
실제 성평등가족부의 '2024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서 미성년 자녀를 둔 한부모가 자녀 1명당 지급받은 월 평균 양육비는 88만2000원으로 나타났다. 월 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도 자녀 1명당 평균 33만5000원을 지급받았다.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도 국내 선지급금은 낮은 수준이다. 세계법제정보센터의 '세계 각국의 양육비 제도'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부터 '양육비선급법'을 운영한 독일은 자녀 연령에 따라 국가가 우선 지급하는 양육비 금액에 차등을 두고 있다. 올해 기준 독일의 월 선지급금은 0~5세 227유로(약 35만8000원), 6~11세 299유로(약 47만1000원), 12~17세 394유로(약 62만1000원)다.
다만 선지급금 인상에는 재정 부담이라는 과제가 뒤따른다. 국가가 먼저 지급한 금액을 양육비 채무자로부터 회수하지 못하면 결국 손실을 정부가 떠안을 수밖에 없어서다. 지난해 7~12월 선지급된 금액의 회수율은 지난달 말 기준 10.9%로 아직 저조한 수준이다.
당장 예산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성평등부가 편성한 2027년도 예산안에는 선지급금 인상을 위한 추가 재원은 반영되지 않았다.
양육비이행관리원 관계자는 "발의된 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예산 확보가 어려운 측면이 있고 아직 시행 초기라 회수 추이도 지켜봐야 한다"며 "재정당국과 협의해 신중하게 추진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