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로봇 현장에서 대상물이 바뀔 때마다 엔지니어가 로봇의 동작을 수작업으로 일일이 입력하는 '티칭(Teaching)'은 필수 과정이자 최대 병목 구간으로 꼽혀왔다. 막대한 공정 대기 시간과 인건비 부담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로봇 제어 기술 전문기업 엘피텍(LP Tech)은 이 같은 고질적인 한계를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으로 극복한 '티칭리스(Teaching-less) 그리퍼'를 앞세워 글로벌 공정 자동화 시장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28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박형순 엘피텍 대표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올해 유럽 시장 진출과 기후테크 사업 선정 등 사업화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내년 코스닥 기술특례 직상장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엘피텍의 핵심 경쟁력은 소프트웨어 중심의 혁신에 있다. 기존 그리퍼들이 고가의 비전 센서나 힘·압력 센서, 외부 브레이크 장치에 필수로 의존했던 것과 달리, 엘피텍은 고가의 센서 없이도 정밀 제어가 가능한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기반 토크 제어 알고리즘과 무가압 밀착 파지 구조를 채택했다. 관련 특허만 7건을 보유 중이다.
이러한 구조 혁신은 극적인 비용 절감으로 이어졌다. 장비 원가를 대폭 낮췄을 뿐만 아니라, 신규 부품 투입 시 요구되는 로봇 세팅 시간을 '0'에 가깝게 줄였다. 다품종 소량 생산이나 공정 변경이 잦은 제조·물류 현장에서 전체 라인 구축 및 전환 비용을 기존 대비 70% 이상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특히 5mm 이하 초소형 전자 부품부터 형태가 변형되기 쉬운 연약한 물체까지 미세 잔류 진동 없이 고속으로 정밀 핸들링이 가능하다.
"유럽이 먼저 주목한 기술력…ESG 제조 이끄는 기후테크로 진화"
최근 엘피텍의 행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해외 진출 확장과 친환경(ESG) 기술로의 진화다. 엘피텍은 세계적인 테크 전시회인 파리 비바테크(VivaTech) 참가를 기점으로 프랑스 공공투자은행(BPI FRANCE) 등 유럽 현지 기관 및 글로벌 대기업과 협업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구축 중이다. 또한 베트남, 프랑스, 페루 등 로봇 수요가 급증하는 국가를 중심으로 해외 합작법인(JV) 및 파트너십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기후테크 육성사업'에 선정되며 기술의 공익적 가치도 입증했다. 티칭리스 그리퍼가 로봇의 불필요한 이동 동선을 줄이고 부품 파손 및 원자재 폐기율을 대폭 낮춰 공장 전체의 전력 소비량과 탄소 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엘피텍은 지원받은 사업화 자금을 바탕으로 실증(PoC) 데이터를 확보, 글로벌 제조 기업 대상의 수주 경쟁력을 한층 높였다.
"기술특례는 적자? 편견 깬다"…2025년 이미 영업이익률 40% 달성
기술력보다 더 시장의 주목을 받는 것은 엘피텍의 뛰어난 수익성이다. 통상적으로 기술특례 상장을 추진하는 다수의 스타트업이 만성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는 반면, 엘피텍은 하드웨어 단가 혁신과 모듈화된 제어 알고리즘을 결합한 공급 모델을 통해 2025년 기준 이미 40% 이상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실현했다.
이러한 뛰어난 재무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 코스닥 기술특례 직상장을 밟는다. 상장 시점인 2027년에는 매출 250억원 달성과 함께 고부가가치 기반의 40%대 영업이익률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는 목표다.
박 대표는 "티칭리스 그리퍼는 기술적 독창성과 확실한 재무적 성과를 동시에 입증한 차세대 솔루션"이라며 "앞으로 산업용을 넘어 헬스케어, 바이오, 특수 서비스, 휴머노이드 로봇 영역까지 적용 범위를 넓혀 세계 시장의 로봇 제어 표준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