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정치적 보폭을 크게 넓혀가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내에서 이른바 '오세훈계'로 분류할 수 있는 현역 의원은 아직 손에 꼽힌다. 하지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한동훈 무소속 의원과 거리를 둬 온 당내 중립지대 인사들이 항소심 무죄 선고를 계기로 오 시장을 주목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에서 오 시장과 가까운 현역 의원은 권영진·조은희 의원이 대표적이다. 김재섭 의원도 오 시장과 상당히 가깝다. 김 의원은 지난 23일 오 시장과 서울아레나 공사 현장을 함께 찾았고 항소심 무죄 선고 직후에는 오 시장의 사진과 함께 '별의 순간'이라는 글을 SNS(소셜미디어)에 올렸다.
다만 현재로선 오 시장의 당내 조직 기반은 장 대표나 한 의원 측과 비교하면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23일 항소심 선고 당일 서울고등법원 현장에 모인 의원들의 면면에 정치권이 주목하는 배경이다.
당시 법원에는 권영진·조은희 의원뿐 아니라 윤상현·김석기·신성범·이만희·김미애·엄태영·조정훈·김소희·박수민·서명옥·이상휘 의원 등 현역 13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법원을 찾았다. '친오계'로 모두 분류하기는 어렵지만 당내 다양한 그룹의 여러 의원들이 정치적 명운이 걸린 중요한 순간에 오 시장에게 힘을 보탠 것이다. 오 시장은 이날 선고 당일 법원을 찾았던 의원들을 서울시장 공관으로 초청해 만찬도 갖는다.
항소심 무죄 선고 이후 오 시장은 이른바 여의도 중앙 정치와 접점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7주기 추모식에도 참석해 처음으로 추모사를 했다. 그는 "산업화가 잘 사는 나라의 기틀을 닦았다면 이제는 잘 사는 국민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며 "대한민국이 더 부강해지는 만큼 국민의 삶의 질도 더 나아지도록 맡은 바 소임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선고 이튿날인 지난 24일에도 국회 운동장에서 열린 '2026 사진기자 가족 체육대회'에 참석해 취재진과 만났고, 지난 주말에는 이태원 참사 추모행사와 잠수교 현장 등 일정을 잇달아 소화했다. 항소심 무죄 직후 서울시정에 전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이전보다 정치 현안에 대한 발언과 대외 일정이 늘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의 접촉도 주목된다. 오 시장은 항소심 선고 직후 정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소회를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선고 며칠 전에도 두 사람이 만찬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밖에서 활로를 모색해 온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오 시장의 연대 가능성도 또 다시 거론되고 있다. 지방선거와 선거관리위원회 파동 등을 거치면서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장 대표와는 재판 전후 별도의 소통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선 오 시장의 정치적 행보를 '친오계 세력화' 움직임으로 규정하는 것은 이르다는 시각이 많다. 다만 장 대표의 당 운영 방식에 거리를 두면서도 한 의원 측에도 합류하지 않은 이른바 '비장(非張)·비한(非韓)' 의원들이 오 시장의 향후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오 시장이 이들과 접점을 얼마나 넓힐지가 당내 기반 확대 여부를 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당내 역할과 관련해 '통합'에 방점을 찍었다. 오 시장은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나 "이제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며 "국민의힘이 분열된 모습보다는 단합·통합된 모습일 때 국민 여러분께 위안을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각이 조금 다르고 철학이 다른 분들의 마음을 모으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