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9 여객기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이 무안국제공항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물)가 관련 규정에 맞지 않게 설치된 사실을 알고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한 국토교통부 공무원들을 검찰에 넘겼다. 유족들은 장·차관 등 최종 책임자가 빠졌다며 이번 송치를 꼬리 자르기 수사라고 비판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12.29 여객기 참사 특별수사단(특수단)은 2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난 25일 국토부 공무원 7명을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송치 대상에는 국토부 고위급 공무원도 포함됐다.
이들은 참사 직후인 2024년 12월30일과 31일 무안공항에 설치된 로컬라이저가 관련 규정에 맞지 않게 설치됐다는 사실을 알고도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는 관련 규정에 맞게 설치되었습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참고자료를 두 차례 작성해 국토부 출입기자들에 배포한 혐의를 받는다.
특수단에 따르면 참사 다음 날인 2024년 12월30일 오전부터 사고 여객기가 충돌한 로컬라이저의 구조가 관련 규정에 어긋난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비행장 설계 매뉴얼(Doc 9157)을 근거로 활주로 끝에서 300m 이내에 있는 장비는 항공기 충돌 시 쉽게 파손되는 구조여야 한다는 지적도 보도됐다.
국토부는 관련 보도가 이어지자 내부적으로 국내외 규정을 검토하고 사고대책본부 회의를 진행했다. 특수단은 이 과정에서 로컬라이저가 규정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의 의견과 관련 규정이 제시됐다는 관계자 진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후 배포된 보도참고자료에는 로컬라이저 설치에 문제가 없다는 쪽의 규정만 선별적으로 담겼다는 게 특수단 판단이다.
1차 자료는 항공장애물 관리 세부지침 제23조를 근거로 무안공항 로컬라이저가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밖에 있어 '부러지기 쉬운 구조'와 관련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특수단은 이 설명이 사실을 왜곡했다고 봤다. 무안공항이 2007년 개항할 당시 사고가 발생한 19방향 활주로의 종단안전구역은 204m로 설정돼 로컬라이저가 해당 구역에 포함돼 있었지만 2014년 199m로 축소됐다.
또 같은 세부지침 제14조에는 일부 전자적 항행안전시설을 '제거할 수 없는 장애물'로 보고 충돌 시 항공기를 손상하지 않도록 부러지기 쉽게 설계·제작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1차 자료에는 담기지 않았다. 특수단은 이를 고의 누락이 의심되는 대목으로 판단했다.
2차 보도참고자료도 비슷했다. 국토부는 공항안전운영기준 제42조를 들어 종단안전구역 밖에 있는 로컬라이저에는 관련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같은 기준 제109조는 무안공항과 같은 정밀접근활주로의 경우 착륙대 종단으로부터 240m 이내에 항행 목적으로 설치된 시설과 장비는 종단안전구역 안팎과 관계없이 부러지기 쉬운 구조로 가능한 낮게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게 특수단 설명이다.
한동훈 특수단장은 "국토부 공무원들이 관련 규정에 맞지 않는 부분이 다수 있음을 알았음에도 이를 감추고 표면적으로 맞는 것처럼 보이는 규정만 선별적으로 인용하는 방향으로 허위 자료를 작성하고 배포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이 국토부 관계자들이 '문제가 되는 규정을 자료에서 빼자'고 명시적으로 지시하거나 모의한 문자메시지 등 직접 증거를 확보한 것은 아니다. 한 단장은 "피의자들은 당시 최선을 다했지만 부족함이 있었고 고의는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도 "짧은 시간에 유리한 내용만 골라 단정적으로 자료를 작성했고 이후에도 이를 바로잡지 않은 점 등 전후 행태를 간접사실로 보고 고의를 판단했다"고 했다.
특수단은 참사 발생 이후 수사가 장기화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지난 1월28일 국가수사본부 직속으로 출범했다. 현재까지 총 74명을 입건했으며 이 가운데 67명은 참사 발생 원인과 관련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특수단은 지난 4월 사고 관계자 34명에 대한 기소 의견과 5명에 대한 신병 처리 의견 등을 검찰과 협의했지만 검찰은 참사 원인과 관련한 피의자들을 함께 송치해야 재판 과정에서 각자의 책임을 종합적으로 따질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기체 결함과 조종사 과실,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구조물이 화재·폭발과 인명 피해에 미친 영향 등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의 기술적 조사 결과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 단장은 "항철위에서 콘크리트 구조물이 화재·폭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다시 시뮬레이션하기로 한 만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의 핵심 부분을 경찰이 먼저 결론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항철위의 기술적 판단이 필요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연내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둔덕 설치 배경, 조류·관제 관련 책임 등이 대상이다. 아울러 로컬라이저 설치 당시 의사결정 과정도 추가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장·차관 등 최종 책임자가 빠진 송치는 전형적인 꼬리자르기 수사"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참사 초기 유해 수습과 사고 현장 정리 과정에서도 부실 대응과 은폐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2024년 12월29일부터 지난해 1월15일 수색 종료 때까지의 의사결정과 책임 소재를 추가로 수사해달라고도 촉구했다.
2024년 12월29일 오전 9시3분쯤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가 무안공항에 비상착륙을 시도하던 중 활주로를 이탈해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탑승자 181명(승무원 6명·승객 175명) 가운데 179명이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