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교사들과 수능 관련 문항을 거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명 수학 강사 현우진씨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부장판사 이재욱)은 26일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현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현직 교사 2명과 교재개발업체 대표 A씨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날 현씨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 부장판사는 현씨가 문항을 받고 교사들에게 돈을 준 행위를 범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이 주고받은 금품은 사적 거래에 해당해 청탁금지법에서 금지하는 금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형사처벌은 최후 수단"이라며 "행위가 설령 부적절하더라도 모두 형사처벌을 하는 것이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 부장판사는 '반대급부의 상응성'을 근거로 들었다. 공직자인 교사가 금품을 받고 그 대가로 제공한 반대급부(문항)가 그에 상응하는 정당한 금액이라면 청탁금지법에 따라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청탁금지법 제8조 3항 3호는 사적 거래(증여 제외)로 인한 채무의 이행 등 정당한 계약·채권·채무 등 에 의해 제공되는 금품에 한해서 처벌하지 않는다고 정한다. 공직자 등이라고 하더라도 정당한 계약이나 사적 거래를 통해 금품을 제공하고 그에 상응하는 정당한 대가를 받는 행위가 헌법상 자유권 및 재산권 행사로서 허용된다는 예외 규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교사 이모씨가 수수한 금액은 문항당 약 24만1000원, 김모씨가 수수한 금액은 문항당 24만8000원 수준이다. 이 부장판사는 "현씨가 전문 문항 공급 업체 등을 통해 문항을 구매해 오면서 지급한 금액이 이들 교사에게 지급한 금액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다"며 "현씨는 교사에게 받은 문항 내용을 검토해서 실제로 교재에 채택하는 경우에만 대가를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 교사는 현씨에게 제공한 문항을 자신이 재직한 학교 시험에 출제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현씨는 교재개발업체 대표 A씨와 공모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대비를 위한 수학 시험 문항을 받는 대가로 2020년 3월∼2023년 5월 현직 교사 2명에게 총 4억원 상당의 금액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달 24일 결심공판에서 현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현씨와 문항 거래를 한 현직 교사 2명과 A씨에게도 징역 1년을 각 구형했다. 검찰은 당시 "수년간 문항 매매와 억 단위 수령은 청렴성을 저해하고 공교육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했다"며 "정당성이 도저히 인정되지 않고 청탁금지법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반면 현씨 등은 무죄를 주장했다. 이들은 현씨가 사용하는 교재에 실을 문항이 필요해 정당한 계약을 맺고 한 거래라고 주장했다. 현씨 측 변호인은 정상적인 문항 거래행위를 해왔을 뿐이라며 교재에 수록할 문항이 필요해 정당한 계약을 체결하고 약속한 돈을 낸 것이 전부라고 주장했다. 함께 기소된 교사들은 변호인은 정상적인 문항 거래행위를 해왔을 뿐이라며 교재에 수록할 문항이 필요해 정당한 계약을 체결하고 약속한 돈을 낸 것이 전부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