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을 대통령이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다음주 중 입장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법조계에서는 어떤 선택을 하든 대법관 공백이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다음주 중 청와대의 대법관 재제청 요구에 대한 입장을 내놓는다. 조 대법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제청을 반려한 지난 28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다음주 중 입장을 내겠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에게는 크게 세 가지 선택지가 있다. △기존 제청을 유지하는 방법 △새로운 대법관을 제청하는 방법 △이번 일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법 등이다.
먼저 조 대법원장이 기존 손 부장판사에 대한 제청을 유지하면 언제쯤 일이 풀린다는 기약이 없어진다. 청와대와 대법원, 어느 한 쪽이 굽히지 않으면 끝이 안 나는 싸움이 되는 셈이어서다.
문제는 이렇게 될 가능성이 꽤 있다는 점이다. 법원 안팎에서는 이번 일로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이 침해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간 조 대법원장이 보여 온 성향을 보더라도 다시 제청을 하라는 청와대 요구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조 대법원장이 전향적으로 청와대의 대법관 재제청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기존 후보자들 중에 추천할지, 아니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새롭게 꾸려 새 후보자들을 추천받아 제청을 할지가 문제가 된다. 만약 후자를 선택한다면 최소 1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돼 대법관 공백이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대법관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조속히 손 부장판사를 제외한 기존 후보자 세 명 중 한 명을 다시 제청해야 하는데 실현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법원조직법은 '후보추천위는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할 때마다 구성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 조항에 따라 후보추천위가 추천한 인물들 중 한 명의 후보자가 제청됐다가 반려됐다면 새로 후보추천위를 꾸려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조 대법원장이 후보추천위 구성 없이 아예 다른 인물을 제청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이 같은 제청이 유효한지에 대한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후보추천위는 법적으로 구속력이 없긴 하지만 오랜 관행을 깬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헌재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 대법관 공백이 길어질 수 있지만 실제 권한쟁의심판 청구 가능성은 높지않다는 의견이 많다. 인용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는 데다 청와대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드는 모양새라 부담이 클 수 있다는 점에서다.
조 대법원장은 이 같은 상황을 두루 고려하며 고민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선택을 하든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충분한 시간을 가진 뒤 다음주 후반부는 돼야 입장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오는 31일 현안질의에 조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한 상태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