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발 테러 협박' 4년째 반복되는데…"추적 난항" 혈세만 샌다

민수정 기자, 이지웅 기자
2026.09.01 14:03

시청·법원 등 장소 가리지 않고 협박
전문가 "통합 분석, 민간 협력도 필요"

지난달 26일 오전 10시26분께 청주지방법원 공용 메일로 사제 폭발물 테러 협박 메일이 수신돼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이 청주지법 청사 내 주변을 통제 중이다. / 사진=뉴시스

일본발 테러 협박 메일이 최근 다시 잇따르고 있다. 경찰이 4년째 수사를 계속하고 있지만 발신자를 특정하지 못한 가운데 협박이 반복될 때마다 경찰력과 사회적 손실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모방범죄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만큼 국가 간 공조를 넘어 이메일 사업자 등 민간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달 24일 폭탄 테러를 예고하는 협박 메일을 받았다. 작성자는 자신을 일본 변호사 '가라사와 다카히로'라고 소개하며 같은 달 31일 서울시청을 상대로 테러를 예고했다. 경찰이 수색에 나섰지만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올해를 포함해 최근 3년간 기관 이메일과 팩스 등을 통해 테러 협박을 받아왔다.

지난달 26일에는 전국 법원에 비슷한 내용의 일본발 협박 메일이 동시다발적으로 접수됐다. 이번에는 작성자가 자신을 일본 아이돌 그룹 멤버라고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폭발물 등 특이사항 없이 종결됐다.

일본발 테러 협박은 2023년부터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학교를 겨냥한 협박이 잇따르면서 학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도 유사한 협박이 계속되자 경찰청과 교육부는 '대처 요령 시나리오'를 마련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경찰은 일본 등 해외 수사기관과 공조해 IP(인터넷 주소)와 접속 기록을 추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본과의 공조수사를 위해 사흘간 출장단을 파견했고, 이후 유사 신고가 접수될 경우 즉각 소통할 수 있도록 일본 경찰과 협력 채널도 구축했다. 현재도 일본 측과 공조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판교아지트 건물 폭파 협박 신고가 접수된 지난해 12월15일 경찰특공대와 폭발물 탐지견이 건물을 수색하고 있다. 이날 카카오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전 직원을 재택근무로 전환 했다./사진=뉴시스.

그러나 발신자의 신원은 아직 특정되지 않았다. 경찰 내부에서는 IP 우회 가능성과 국가별 사법 공조 체계 차이 등이 수사 난항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IP를 확보하더라도 우회 접속 가능성이 있어 범인이 실제 해당 국가에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후 접속 기록과 가입자 인적사항 등을 추가로 확인해야 해 피의자 특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일본 출장 당시) 협의하고 도움을 받은 부분이 있지만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상대국마다 회신이 오는 시간이나 제공되는 정보의 범위에도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 사이 협박이 반복되면서 사회적 비용은 누적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협박 사건에는 경찰 98명이 투입돼 최소 600만원, 같은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폭파 협박에는 53명이 동원돼 약 320만원의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일선 경찰서 인력이 수색에 대거 투입되면 다른 신고나 사건 대응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테러 대상으로 지목된 기관의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당시 영업 차질로 5억~6억원 상당의 매출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됐다. 최근 전주지법도 협박 메일이 접수되면서 일부 재판 기일을 연기했다.

전문가들은 해외에 기반을 둔 피의자를 특정하는 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는 만큼 장기간 축적된 사건의 공통점을 함께 분석하고 민간 사업자와의 협력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메일 주소나 IP뿐 아니라 발송 시간대와 협박 대상, 문구 등 반복되는 특징을 종합해 수사 단서를 찾고 이메일 사업자와 협력해 접속 기록 등 디지털 증거를 신속하게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메일이 여러 국가를 거쳐 온다면 피의자를 특정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국제 공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범인은 오히려 희열을 느낄 수 있고 모방범죄 위험성도 상당하다"고 했다.

이어 "이메일 주소나 IP 등 이용 흔적뿐 아니라 범행 시간대와 대상 장소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범인의 패턴을 수집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해외 이메일 사업자와의 공조를 강화하고 디지털 증거 보존 절차를 통해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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