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들어온다" vs "진짜 사는지 봐야"…집주인·세입자 갈등 폭증

이소은 기자
2026.09.03 10:44
실거주 1주택을 유도하는 정책이 시행되면서 현장에서는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제미나이

실거주 1주택을 유도하는 정책이 시행되면서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전세 집주인 아들이 들어온다고 나가라고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쓴 A씨는 곧 계약 만기를 앞둔 전세 세입자다. 최초 2년을 거주했고 계약갱신청구권을 써 2년을 더 거주할 계획이었다.

A씨는 "얼마 전 집주인이 전화 와서 본인 아들이 결혼해서 지금 제가 사는 집에 들어와서 살 거라고 계약기간까지 살고 나가달라고 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집주인 아들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집주인 아들이 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요즘 부동산 정책 때문에 매매하려고 저희를 나가게 하기 위해서 그런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의심했다.

사연을 본 누리꾼들은 A씨나 집주인을 나무라기보다 정부 정책을 탓했다. "악법이긴 하다" "그런 정책을 만든 사람들을 탓해야 한다" "임대차법이 없었다면 미리 나갈 준비를 했을 텐데" 등의 댓글이 달렸다.

정책 변화가 이런 갈등의 원인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임대차 3법 시행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면서 6년 전부터는 세입자가 요청하면 2년간 계약을 연장해 전세 4년(2년+2년) 거주할 수 있었다. 그런데 현 정부가 1주택자 실거주 유도 정책을 펼치면서 계약 갱신을 거부하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

A씨 사례의 경우, 집주인이 자녀를 들이고 증여하는 방식 등으로 실거주 조건을 채워 세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A씨가 의심하는 대로 자녀를 들인다고 하고 세입자를 내보낸 후 더 비싸게 세를 놓거나 매매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집주인이 아들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정당한 갱신 거절 사유에 해당할 수 있으나 실제 거주하지 않고 제3자에게 임대한 경우에는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그렇다 보니, 임차인 입장에선 전입세대 열람을 해보며 집주인 말이 진짜인지 추적하고 집주인은 내 집에 내 가족을 들이면서도 세입자 눈치를 보며 온갖 증빙을 준비해야 하는 지경까지 온 것이다.

실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받은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분쟁 접수 건수를 보면 올해 7월까지의 집계가 이미 연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넘어섰다.

2023년 645건, 2024년 685건, 2025년 952건이었는데 올해는 7개월 만에 971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484건)과 비교하면 두배를 넘는다. 특히 계약 이행·해석이나 갱신·종료 등 계약을 둘러싼 분쟁이 가파르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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