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총선을 앞두고 같은 당 국회의원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부탁한 이갑준 전 부산 사하구청장이 벌금 500만원을 확정받았다. 공무원 신분으로 선거운동을 한 책임은 인정됐지만 구청장 직위를 이용했다는 부분은 증거 부족으로 무죄 판단이 유지됐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서경환)는 3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구청장에 대해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어겨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했다.
이 전 구청장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2024년 2월24일 부산 사하구 다대포 달집문화축제 행사장에서 지역 청년 봉사단체인 청년연합회 전 회장 A씨에게 전화해 국민의힘 부산 사하갑 후보였던 이성권 의원을 지지해 달라고 요청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구청장은 자신의 휴대폰을 이 의원에게 건네 이 의원도 A씨에게 직접 지지를 부탁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구청장은 같은 해 3월20일 사하구청장실에서 이 의원과 정책제안서 전달식을 진행한 뒤에도 A씨에게 전화해 같은 방식으로 지지를 요청하고 통화를 연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 전 구청장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공무원 신분으로 선거운동을 했을 뿐 아니라 사하구청장이라는 지위까지 이용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재판에서는 지지 요청이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 이 전 구청장이 직무상 권한이나 영향력을 동원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됐다.
1심은 두 쟁점을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전 구청장이 민간단체 보조금 예산 편성과 증감, 보조금을 받는 단체에 대한 감사 업무 등을 총괄한 점을 근거로 구청장 지위를 이용했다고 봤다.
청년연합회와 A씨 가족이 운영한 사회복지법인들이 사하구 보조금에 상당 부분 의존했고 A씨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개인적인 지인이 아니라 사하구청장과 통화한다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도 양형에 영향을 줬다.
반면 2심은 공무원 신분으로 선거운동을 한 부분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이 전 구청장이 평소 A씨를 같은 고향 출신 후배로 대했고 지지 요청도 구청장 지위보다 개인적 친분을 이용한 부탁의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했다.
사건 당시 A씨가 청년연합회 현직 회장이 아니라 고문 성격의 이사였고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하면 단체에 실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도 봤다.
또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전 구청장이 예산 편성권이나 관리·감독권을 바탕으로 A씨 측 단체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었다거나, 구청장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한다는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