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상인을 겨냥한 '노쇼 피싱' 사기 시도가 또다시 확인됐다. 최근 같은 시장에서 1000만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한 데 이어 유사한 범행이 반복되고 있다.
3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가락시장 청과물 중도매인 A씨는 전날 오후 한국체육대학교(한체대) 직원을 사칭한 B씨로부터 납품 요청을 받았다. B씨는 A씨가 취급하지 않는 물품까지 대신 구매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A씨는 공사 측에 사기 의심 정황을 신고했다.
가락시장 상인을 겨냥한 노쇼 피싱 시도는 최근 1~2개월 사이 반복되고 있다. 일당은 한체대 직원 등을 사칭해 "학교 행사나 직원 식당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려 한다"며 상인들에게 접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상인이 취급하지 않는 물품을 특정 업체에서 대신 구매해달라고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신분증과 사업자등록증 등 각종 서류를 위조해 신뢰를 얻고, 상인이 거래를 망설이면 "좋은 기회"라며 결제를 재촉하기도 했다.
실제 피해도 발생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달 같은 수법에 속아 1089만원을 송금했다는 또 다른 가락시장 상인의 신고를 접수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피싱사기수사계로 이관됐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최근 2주간 진행한 사기 예방 안내방송을 A씨 사건을 계기로 연장하기로 했다. 한체대 역시 학교를 사칭한 범행이 이어지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한체대 관계자는 "직원이 개인적으로 연락해 물품 구매를 요청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노쇼 사기는 범행 수법이 갈수록 다양해지는 데다 범죄 조직 상당수가 해외에 거점을 두고 있어 경찰도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이 지난해 10월부터 범정부 합동기구인 '전기통신금융사기통합대응단'을 꾸려 범행 의심 번호를 사전 차단하고 해외 수사기관과 공조도 강화하고 있지만, 피해 규모는 여전히 크다.
대응단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노쇼 사기 피해액은 2100억원이 넘는다. 올해 상반기 피해액은 1155억원 규모다. 특히 지난 3월 피해액은 281억원으로 경찰청이 관련 피해를 공식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해 6월 이후 월별 기준 가장 많았다.
피싱 범죄에서 차지하는 '노쇼 사기' 비중도 높다. 금융정보분석원에 따르면 지난 6월30일부터 지난달 4일까지 약 한달 간 신종 피싱 의심신고로 금융회사가 계좌 정지 등 임시 조치한 사례는 총 4935건이다. 이 가운데 노쇼 사기가 37%를 차지한다.
범행에 사용된 계좌를 차단하더라도 조직 자체를 검거하기는 쉽지 않다. 범죄 조직 상당수가 해외에 거점을 두고 있어서다. 해외 조직원을 검거하거나 국내로 송환하려면 현지 수사기관과 국제공조 절차를 거쳐야 한다.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이용해 추적을 피하는 점도 수사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일선에서는 필요한 영장을 발부받는 데 시간이 길어지면서 초기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과거에는 영장을 신청하면 당일 발부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수도권 기준 5일가량 걸리기도 한다"며 "초기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