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유산, 아파트와 예금뿐인 줄 알았는데…장례 뒤 빚에 거액 소송까지

류원혜 기자
2026.09.04 10:18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막대한 채무와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 중이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남겨진 재산보다 더 많은 빚과 진행 중인 손해배상 소송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직장인의 사연이 전해졌다.

4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직장인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씨의 아버지는 가족과 상의 없이 모든 일을 결정하는 가부장적인 성향이었다. 이를 견디지 못한 남동생은 성인이 되자마자 집을 나가 가족과 연락을 끊었다. 반면 A씨는 부모 곁을 지키며 병원에 동행하는 등 부모를 돌봤다.

아버지는 이에 대한 고마움으로 2년 전 지방의 작은 임야 한 필지를 A씨에게 단독 증여했다. 이후 지병이 악화해 세상을 떠났고, 남긴 재산은 경기도에 있는 아파트 한 채와 예금이었다.

문제는 장례를 치른 뒤 드러났다. A씨는 아버지가 생전에 친척의 보증을 서면서 상당한 개인 채무를 진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공동상속인인 남동생과 연락이 닿지 않아 예금을 인출하거나 아파트 명의를 이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채권자들의 독촉까지 이어졌다.

아버지가 다른 사람의 재산에 손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 중이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원고 측은 아버지의 사망을 확인한 뒤 법원에 소송 수계 신청을 했고, 현재 A씨와 어머니가 소송을 이어받은 상태다.

A씨는 "아버지의 정확한 채무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상속 재산보다 빚이 많을까 봐 걱정"이라며 "어머니가 오랫동안 아버지를 간병했고 아파트 마련과 유지에도 기여했는데, 상속 과정에서 이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준헌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통해 아버지가 남긴 재산과 채무를 조회한 뒤 상속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다"며 "빚이 더 많다면 상속 개시를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신청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상속포기는 권리와 의무를 모두 포기하는 것으로, 1순위 상속인이 포기하면 다음 순위 상속인에게 빚이 승계된다"며 "한정승인은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에서만 고인의 빚을 갚는 제도여서 다음 순위 상속인에게 빚이 넘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행 중인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서도 "한정승인을 해 두면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에서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고 했다. 고인의 예금을 임의로 인출해 사용하면 상속을 단순 승인한 것으로 간주할 위험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락이 끊긴 남동생을 제외한 채 나머지 가족끼리 상속 재산을 나누는 것도 어렵다고 봤다. 이 변호사는 "남동생을 제외하고 나머지 가족끼리 진행한 상속 재산 분할 협의는 무효"라며 "법원에 부재자 재산관리인 선임을 신청해 연락이 닿지 않는 상속인을 대신해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씨가 생전에 증여받은 임야는 상속 과정에서 '특별수익'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이 변호사는 "상속 재산을 미리 받은 것으로 보고 해당 재산의 가액을 남은 상속 재산에 합산해 각자의 법정상속분을 계산한다"며 "임야 증여로 남동생의 유류분이 부족해졌다면 남동생이 유류분 반환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어머니가 오랫동안 아버지를 간병하고 재산 형성·유지에 기여한 부분도 상속 과정에서 고려된다. 이 변호사는 "어머니의 기여가 인정되면 상속 재산에서 일정 비율을 먼저 배분받는다"며 "상속인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원에 상속 재산 분할 심판과 기여분 결정을 청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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