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만원 갚아줬는데…다시 도박판으로 돌아간 아이들

민수정 기자, 최문혁 기자
2026.09.06 09:05

[기획] 클린 스쿨-도박 없는 학교 ① "부모는 정신과 치료" 도박에 무너진 가정

[편집자주] 머니투데이는 올해 마약, 도박, 자살 등이 없는 맑은 학교 만들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청소년 도박은 또래문화 속에서 심각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도박에 빠지는 시기도 초등학생 5학년으로 빨라지고 있습니다. 도박 빚은 사기·절도 등 2차 범죄와 학교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청소년들이 도박에 빠지는 이유와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법을 살펴봤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삽화로, 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은 없음./사진=챗 지피티(ChatGPT)로 생성한 이미지.

"우리 아들이 또 도박을 하는 것 같아요."

지난해 서울 도봉경찰서 소속 SPO(학교전담경찰관)에게 한 학부모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고등학교 3학년이던 아들 A군이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사기를 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친구들에게 빌린 돈까지 더하면 A군이 진 빚은 이미 1억원을 넘어선 상태였다.

A군 도박 문제로 경찰과 연락한 건 처음이 아니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2023년에도 온라인 도박에 빠져 7000만원에 달하는 빚을 졌다. 당시에도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중고거래 사기를 치거나 친구들에게 돈을 빌렸다. 돈을 빌려준 친구들이 부모에게 연락하면서 뒤늦게 도박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에 적발된 뒤에는 부모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A군은 첫 범행 이후 소년보호처분 6호를 받고 가정을 떠나 소년보호시설 등에 일정 기간 머물렀다. 부모는 그 사이 아들이 진 빚 7000만원을 대신 갚았다.

그러나 도박의 굴레는 끝나지 않았다. 부모가 빚을 대신 갚고 경찰에 적발돼 시설 생활까지 했지만 A군은 다시 도박을 이어갔다. 그러다 두 차례나 사기 혐의로 우범소년 송치됐다. 지난해에는 요양소 등에 위탁하는 7호 처분도 받았다. 다만 부모가 직접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처분 집행은 유예됐고 A군은 다른 시설에서 생활했다.

반복되는 도박과 사기 등 범행은 가족까지 무너뜨렸다. 아들의 문제를 지켜보던 부모는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가족의 신고 등 적극적인 개입에도 재범을 막지 못할 정도로 청소년 도박의 중독성이 강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부모에게도 큰 트라우마를 남겼다"며 "올해 초까지 부모와 A군 모두 연락이 닿았지만 A군이 성인이 된 이후로는 연락이 끊긴 상황"이라고 말했다.

평범한 아이도 빠진다…청소년 파고든 '온라인 도박'
/그래픽=윤선정 디자인 기자.

청소년 도박은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비행을 일삼는 일부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A군 역시 부모가 금융업에 종사하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에서 자란 것은 아니었다. 부모는 아들의 도박 사실을 알게 된 뒤 직접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 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이었다.

실제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2024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도박 경험 청소년' 505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8명은 가정의 경제 수준이 '보통 이상'이라고 답했다. 대부분 가족의 지지를 받고 있었고 70% 이상은 학업 수준도 '중위권 이상'을 유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일단 도박에 발을 들이면 스스로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10명 중 2명은 도박을 그만두기 어렵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도박을 단순한 일탈이나 비행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경찰에 적발되거나 부모가 빚을 대신 갚아주는 것만으로는 재발을 막기 어려운 만큼 상담과 치료, 가족과 학교의 지속적인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호 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는 "도박이 사이버 형태로 변형되면서 인터넷 접근성이 좋은 세대가 도박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며 "학교 밖 청소년에게서 도박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게 드러날 여지는 있지만 비행 청소년만 도박한다는 것은 왜곡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박 중독은 치료가 필요한 만성 질환이자 재발할 수 있는 뇌 질환이기 때문에 완치의 개념을 적용하기 어렵다"며 "결국 청소년이 생활 습관과 가치관을 바꿀 수 있도록 주변에서 지속해서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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