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상공에 UFO? 군 대공포 쐈다"…1명 사망·31명 부상 '미스터리' [뉴스속오늘]

차유채 기자
2026.10.14 05:15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1976년 10월 14일, 서울 청와대 인근 상공에서 미확인비행물체(UFO)가 목격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정체불명의 비행물체를 향해 군이 대공포 사격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민간인 1명이 숨지고 31명이 다쳤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1976년 10월 14일, 서울 청와대 인근 상공에서 미확인비행물체(UFO)가 목격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정체불명의 비행물체를 향해 군이 대공포 사격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민간인 1명이 숨지고 31명이 다쳤다.

사건 직후 정부는 노스웨스트 항공의 민항기가 비행금지구역에 잘못 진입한 사건이라고 발표했지만, 이후 공개된 자료에서는 군이 사격한 대상이 해당 항공기와 다른 비행체였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서울 하늘에 나타난 UFO?

사건은 1976년 10월 14일 저녁 무렵 시작됐다. 당시 시민들은 서울 상공에 나타난 십여개의 밝은 비행물체를 목격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사건은 1976년 10월 14일 저녁 무렵 시작됐다. 당시 시민들은 서울 상공에 나타난 십여개의 밝은 비행 물체를 목격했다. 이 물체들은 일정한 속도로 반원형 대열을 유지하며 천천히 남하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대한 비행물체의 일부처럼 보였다는 목격담부터 북한 전투기 편대라는 추측까지 나왔다.

오후 5시 30분쯤 해당 비행물체들이 서울 상공 비행금지구역에 진입하자 군은 두 차례 경고 방송을 실시했다. 이후 비행물체들이 청와대와 인접한 방향으로 접근하자 수도경비사령부 산하 제10방공포병단이 항로 변경을 요구하는 경고 사격에 나섰다.

하지만 비행물체들은 계속 접근했고, 공군 제15전투비행단에서 전투기까지 비상 출격했다. 오후 6시 15분쯤에는 대공포가 본격적으로 발포했고, 시민들은 주황색 예광탄이 하늘을 가르는 모습을 목격했다. 비행물체는 군의 사격에도 격추되지 않은 채 대열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 6시 20분쯤 첫 번째 격추 시도가 끝났지만, 약 17분 뒤 비행 물체가 다시 청와대 인근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두 번째 사격이 이어졌다. 이후 비행물체가 북서쪽으로 물러나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공포 유탄이 민간인들에게 떨어져 1명이 사망하고 31명이 부상하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정부는 '민항기' 주장…기록은 엇갈렸다

사건 직후 국회 국방위원회가 소집됐고, 국방부와 교통부는 노스웨스트 항공의 보잉 707 화물 전세기 902편이 청와대 인근 비행금지구역으로 잘못 들어와 군이 위협 사격을 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공개된 미국 측 자료와 당시 항공 관제 기록에서는 정부 발표와 다른 정황이 확인됐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사건 직후 국회 국방위원회가 소집됐고, 국방부와 교통부는 노스웨스트 항공의 보잉 707 화물 전세기 902편이 청와대 인근 비행금지구역으로 잘못 들어와 군이 위협 사격을 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다음 날 다수 일간지도 정부 발표를 토대로 해당 내용을 보도했다.

하지만 이후 공개된 미국 측 자료와 당시 항공 관제 기록에서는 정부 발표와 다른 정황이 확인됐다. 미 의회 기밀해제 자료에 따르면, 당시 서울 출항관제는 노스웨스트 항공기 902편의 항로를 잘못 유도했다가 이를 뒤늦게 파악하고 정상 항로로 복귀하도록 지시했다. 해당 항공기는 이후 서울을 빠져나갔으며, 군이 대응한 미확인 비행물체와는 별개의 기체였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문제는 군의 대응 시점이다. 노스웨스트 항공기가 정상 항로로 복귀한 이후에도 군의 두 번째 사격이 이어졌다는 기록이 남아 있기에 군이 대응한 비행물체와 노스웨스트 항공기가 동일한 기체였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시민들이 목격한 물체가 장시간 서울 상공에 머물렀다는 증언 역시 당시 정부 발표와 차이를 보인다.

50년 뒤에도 여전한 UFO 미스터리

이 사건은 2020년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다시 조명됐다. 2023년에는 미국의 UFO 폭로 활동가 스티븐 그리어가 서울 외곽에 거대한 비행접시를 숨겨둔 비밀시설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으면서 사건이 해외에서도 다시 언급됐다./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이 사건은 2020년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다시 조명됐다. 방송에서는 UFO의 실체 자체보다 사건 당시 정부 기록이 제대로 남아 있지 않은 점과 정부 발표, 언론 보도, 목격자 증언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특히 수도 한복판에서 군사작전이 벌어지고 민간인 피해까지 발생했지만 사건의 정확한 경위와 피해 규모조차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이 지적됐다.

2023년에는 미국의 UFO 폭로 활동가 스티븐 그리어가 서울 외곽에 거대한 비행접시를 숨겨둔 비밀시설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으면서 이 사건이 해외에서도 다시 언급됐다. 온라인에서는 해당 비행접시가 1976년 군의 공격을 받고 추락했으며 안양항공무선표지소 인근에 보관됐다는 추측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 주장 역시 당시 기록과는 맞지 않는다. 사건 당일에도 해당 지역의 항공 관제 시설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던 정황이 확인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UFO가 추락한 뒤 해당 시설이 파괴됐고, 이후 비밀시설로 활용됐다는 주장은 사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5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당시 군이 실제로 무엇을 향해 사격했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노스웨스트 항공기의 실제 항로 이탈은 기록으로 확인되지만, 당시 시민들이 목격한 정체불명의 비행물체와 군의 대응까지 모두 같은 사건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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