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전 숨진 형, 순직 통보 안 해놓고 "보상금 시효 지났다"…법원 판단은?

오석진 기자
2026.11.02 07:00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사진=이혜수 기자

사망한 군인이 순직 처리된 것을 뒤늦게 군으로부터 통지 받았다면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하더라도 군인 사망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0부(부장판사 정은영)는 주모씨 등이 "군인 사망 보상금 지급 불가 결정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국군재정관리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주씨의 형 A씨는 1954년 9월6일 입대해 1206건설공병단 소속 병으로 복무하던 중 1956년 11월24일 사망했다. 당시 육군본부는 1996년∼1997년 사이 A씨 사망을 순직으로 재분류했으나 이를 유족에게 알리지 않았다.

지난해 5월이 돼서야 비로소 육군참모총장은 주씨에게 형의 순직 사실을 통지했다. 주씨는 같은해 11월 사망보상금을 청구했으나 군은 군인 사망 급여금 지급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지급 불가결정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주씨는 소송을 냈다. 주씨는 군인 사망 보상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A씨의 순직 사실을 통지받아 청구권의 발생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게 된 지난해 5월부터 진행된다고 주장했다. 또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하더라도 군이 제때 알리지 않아 신의성실의 원칙을 어겨 권리를 남용한 것이라는 주장도 폈다.

법원은 주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늦어도 1965년경 A씨 유족은 A씨 사망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군인 사망 급여금 지급사유 발생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봄이 타당해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면서도 "객관적으로 원고 등 망인의 유족이 군인 사망 보상금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 군의 소멸시효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용돼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군이 작성한 화장 보고서에는 망인 사망 원인이 '병사'로 기재되고 군 본부가 유족에게 A씨가 병사로 사망했다고 안내한 점 등을 고려하면 유족은 A씨의 구체적 사망 경위를 알 수 없었고 군인 사망 보상금 지급절차 등에 관해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해 보상금 청구를 하는 것도 불가능해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군이 순직 재분류 사실을 유족에게 통지하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유족이 A씨 순직 사실을 알았다면 군인 사망 보상금 청구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군인사망보상금의 지급을 거부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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