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들에게 손 흔들던 전 총리…그 순간 날아든 '총알'[뉴스속오늘]

이재윤 기자
2026.11.03 06:00
2022년 11월 3일(현지 시간) 오후 4시쯤 파키스탄 동부 펀자브주 와지라바드에서 수도 이슬라마바드로 향하는 반정부 행진 중 임란 칸 전 총리를 노린 총격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로이터 화면 갈무리.

2022년 11월3일(현지시간). 파키스탄에서 조기 총선을 요구하며 반정부 행진을 이끌던 임란 칸 전 총리가 총격을 당했다. 칸 전 총리는 다리에 총상을 입고 목숨은 건졌지만 현장에 있던 지지자 1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쳤다. 총격범은 현장에서 붙잡혔고 2025년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수천 명 모인 행사서 총격…전 총리 다치고 지지자 1명 사망

칸 전 총리는 파키스탄의 국민 스포츠인 크리켓 선수 출신으로 2018년 총리에 올랐지만 2022년 4월 의회 불신임 투표로 실각했다. 파키스탄에서 현직 총리가 의회 불신임 투표로 축출된 것은 처음이었다.

칸 전 총리는 자신의 축출에 미국 등 외세와 파키스탄 군부가 개입했다고 주장하며 조기 총선을 요구했다. 미국과 파키스탄 정부, 군부는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그가 이끄는 파키스탄 정의운동당(PTI)은 같은 해 10월28일부터 수도 이슬라마바드를 향해 대규모 반정부 행진을 벌였다.

사건은 행진 엿새째인 11월3일 오후 4시쯤 파키스탄 동부 펀자브주 와지라바드의 알라 왈라 광장 인근에서 발생했다.

당시 칸 전 총리는 대형 컨테이너 트럭 위에서 수천 명의 지지자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때 군중 사이에서 총성이 울렸고 트럭 위에 있던 칸 전 총리와 당 관계자들이 쓰러졌다.

이 총격으로 칸 전 총리는 오른쪽 정강이에 총상을 입었다. 현장에 있던 지지자 무아잠 나와즈는 총탄에 맞아 숨졌다. 그는 칸 전 총리의 행진을 환영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부상자 가운데는 13세 어린이도 있었다.

총격범은 도주를 시도했지만 시민들에게 제압된 뒤 경찰에 체포됐다.

총격 직후 칸 전 총리가 부축을 받으면서도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이는 모습이 영상에 담기기도 했다.

파키스탄에서 벌어진 반정부시위./사진=던 미디어 그룹 화면 갈무리.

종교적 이유로 범행 주장…총격범에 종신형 선고

현장에서 붙잡힌 총격범은 무함마드 나비드라는 남성이었다.

경찰이 공개한 조사 영상에서 나비드는 칸 전 총리를 살해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칸 전 총리가 신성모독적인 발언을 하고 이슬람 기도 시간을 알리는 아잔이 울릴 때 음악을 틀어 종교적 반감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또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고 혼자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칸 전 총리는 총격 배후에 당시 정부 주요 인사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건 이튿날 셰바즈 샤리프 총리 등 3명을 지목하며 사퇴를 요구했다.

총격 사건 이후 파키스탄 주요 도시에서는 칸 전 총리 지지자들의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사건 발생 약 2년 5개월 뒤인 2025년 4월, 파키스탄 대테러법원은 나비드에게 살인과 테러 혐의로 각각 종신형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다른 피고인 2명에게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총격에서 살아남았지만…이듬해 체포돼 수감

2022년 파키스탄에서 발생한 홍수 피해 지역인 신드 주 다두 모습./사진=알자지라 화면 갈무리.

칸 전 총리는 총격에서 살아남았지만 파키스탄 정부와의 갈등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부패 등 여러 혐의로 수사받다가 2023년 5월 체포됐다. 이에 반발한 지지자들이 군 시설 등을 공격하는 등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고, 정부는 군 병력을 동원해 대응했다.

칸 전 총리는 같은 해 8월부터 수감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2026년 8월에는 대법원 명령에 따라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으나 다시 교도소로 돌아갔다.

총격 사건 발생 4년이 지난 현재도 칸 전 총리의 수감 문제를 둘러싼 정부와 야권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칸 전 총리 측은 자신에게 제기된 형사 사건들이 정치적 목적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파키스탄 정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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