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청 약자가 '중대범죄이첩청'?…'사건 쇼핑' 지적 나오는 이유는

정진솔 기자
2026.11.03 16:58
[편집자주] [공소·중수聽]불이 꺼지지 않는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의 24시. 그 안에서 벌어지는, 기사에 담을 수 없었던 얘기를 기록합니다.
서울 중구 중대범죄수사청의 모습./사진=뉴시스

"이름을 중대범죄수사청이 아니라 중대범죄이첩청이라고 지어야 할 것 같아요."

출범한 지 1개월 남짓 된 중대범죄수사청이 사건 이첩을 거부하거나 이미 넘겨받은 사건을 다른 기관에 다시 넘기는 상황을 두고 한 법조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중수청 조직이 아직 완벽히 안착하지 못해 제대로 된 중대범죄 수사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을 빗대 표현한 것이다. 중수청이 빠르게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지방중수청은 최근 서울중앙지방공소청의 범죄수익환수부가 이송하는 사건을 '공소시효가 도과했다'는 이유로 한 차례 이첩을 거부했다. 이후 수차례 협의를 거쳐 서울중수청에 이첩되긴 했지만 사건을 받지 않는데 뒷말이 나오고 있다.

공소청 안팎에서 중수청이 기록이 적고 간단한 사건을 먼저 전해달라는 요구를 했다는 말도 돈다. 중수청이 사건을 선별적으로 받으면서 '사건 쇼핑'을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서울중수청은 '소방 재정 빨대' 발언으로 고발된 추미애 경기도지사 사건은 경찰에 넘긴 반면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자녀 허위 스펙 사건은 반부패수사국에 배당해 검토 중인 상황이다. 한 의원 자녀 사건은 경찰에서도 수사가 진행 중이다.

AI(인공지능)발 금융권 해킹 사건도 수사기관간 사건이 이동되는 이른바 '사건 핑퐁' 현상이 벌어졌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달 21일 사건을 중수청에 통보했다. 하지만 중수청은 상당 부분 수사가 진행된 점, 해외 유관기관과 국제 공조가 진행 중인 점 등을 고려해 사건을 다시 돌려보냈다.

중수청이 마음껏 사건을 받지 못하는 이유로는 인력·설비 미비 문제가 꼽힌다. 중수청은 전체 정원 2874명의 66.1%인 1900명으로 출범했다. 사건 처리에 필요한 형사사법정보시스템(KCIS·킥스)은 접수·배당 기능만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다. 사무실 시설 역시 아직 완벽히 갖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수청이 서울 소재 한 공소청에 '기록을 일주일에 한 번씩 몰아서 이첩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중수청의 현 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킥스를 제한적으로 사용하다보니 사건 기록을 종이로 받을 수 밖에 없어 화물차가 필요하다. 문제는 서울중수청이 관할하는 여러 공소청에서 기록을 받으려면 화물차를 자주 보내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사건을 선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며 "일단 신청을 받고 사건에 대해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공정한 수사로 보일 수 있다"고 했다.

중수청은 김지용 중수청장의 지시로 조직 안착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안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한다. 그간 제기된 인력, 사무공간, 시설확보, 부서별 업무분장 등 주요 현안을 종합 점검하고 이에 대한 중점 과제 등을 선정한 상태다. 특히 인력 충원과 킥스 개통이 우선 순위로 알려졌다.

중수청 관계자는 "TF는 수시로 점검회의를 통해 과제별 추진상황과 이행실적을 점검하고 보완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개선방안을 마련하며 과제의 신속한 이행을 추진하고 있다"며 "안정적 수사 환경 조성을 위해 물적 기반 확충도 신속히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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