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우 감독님이 우리 (전)유석이가 착하고 성실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말씀하시는데 그 말에 너무 감동해서 눈물이 났어요."
1996 애틀랜타 올림픽 여자배구 국가대표 출신 유연경(52) 씨가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자신과 어머니에 이어 3대째 배구선수의 길을 걷는 외동아들 전유석(21·중부대)이 마침내 프로에 입성한 날, 아들의 높은 지명 순위보다 어머니를 더욱 기쁘게 한 것은 뜻밖에도 배구 실력이 아닌 인성에 대한 평가였다.
전유석은 지난 28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2026~2027 한국배구연맹(KOVO) 남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우리카드의 1라운드 전체 3순위 지명을 받았다. 우리카드가 불과 4%의 확률을 뚫고 세 번째 지명권을 얻은 가운데 박철우(41) 감독이 가장 먼저 생각했던 선수가 전유석이었다.
배구선수 집안에서 자란 것도 성장에 힘이 됐다. 어머니 유연경 씨는 과거 담배인삼공사(이후 KGC인삼공사·현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에서 활약하며 1996 애틀랜타 올림픽 여자배구 국가대표로도 뛰었던 아웃사이드 히터 출신이다. 외할머니 황규옥(80) 씨는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에서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아웃사이드 히터다.
외삼촌 유호석(54) 씨도 한국전력에서 아웃사이드 히터로 뛰었던 배구인 출신이다. 경찰 출신 아버지 역시 키 180㎝의 장신이다. 운동선수로 성공하기까지 얼마나 험난한 길을 걸어야 하는지 잘 알았던 가족들은 외동아들의 배구선수 도전을 처음에는 반대했다.
전유석은 "어머니와 외할머니 모두 내가 배구를 하는 것을 많이 반대하셨다. 운동이 얼마나 힘든지 아시기 때문이다. 두 분 모두 많은 노력을 해서 프로선수가 되셨기 때문에 나는 그 길을 걷지 않길 바라셨다. 만약 한다면 굉장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며 "하지만 배구가 너무 좋아서 끝까지 한번 해보겠다고 했다"고 돌아봤다.
가족들이 무엇보다 강조했던 것은 실력보다 인성이었다. 드래프트 현장에서 만난 유연경 씨는 "우리 부부가 운동을 했던 집안이다 보니 어릴 때부터 운동보다 인성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남편이 경찰 출신이어서 그런 부분을 더욱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어 "운동은 가서 배우면 된다. 하지만 인성부터 돼야 한다는 이야기를 항상 했다. (전)유석이가 성격이 밝은 것도 그런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버지는 오히려 아내의 편을 들었다. 현장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전유석의 아버지는 "아내가 고생을 많이 했다. 내가 일 때문에 신경을 많이 못 썼는데 아내가 (전)유석이 중·고등학교 6년간 학교 근처에 방을 얻어 뒷바라지를 했다. 아들도 기특하지만, 아내에게 참 감사할 따름"이라고 공을 돌렸다.
그런 부모에게 아들의 프로 입단은 결코 당연한 결과가 아니었다. 전유석은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키가 작아 리베로로 뛰었다. 고등학교 진학 후 코로나19 시기에 신장이 급격하게 자랐지만, 곧바로 뛰어난 공격수로 자리 잡은 것도 아니었다. 유연경 씨는 "(전)유석이는 중학교 때 리베로였고 고등학교 때도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코로나19 시기에 키가 갑자기 컸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는 경기도 제대로 뛰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대학 진학은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다른 대학에 진학할 기회도 있었지만 가족은 중부대를 선택했다. 이미 실력이 완성된 선수가 아니라 앞으로 성장해야 할 선수에게 적합한 환경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연경 씨는 "우리는 (전)유석이가 무조건 중부대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들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부터 잘했던 선수가 아니었고 중부대는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키워내는 곳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전유석은 대학 진학 후에도 한동안 주목받지 못했다. 1, 2학년 때 꾸준히 훈련하며 몸을 만들었고, 지난해 단양대회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주전으로 나서며 잠재력을 드러냈다. 유연경 씨는 "1, 2학년 때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내가 해준 것은 하나도 없다. 본인이 열심히 했고 주변에서도 많이 도와주셨다"며 "중부대에 가서 근력도 좋아지고 실력도 늘었다. 중부대를 선택한 것이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 결과 전유석은 2025년 KUSF 대학배구 U리그 공격상을 받았고, 올해 대한항공배 전국대학배구 단양대회에서는 수비상까지 차지했다. 한때 작은 키로 고민하던 리베로는 어느덧 200㎝의 장신 아웃사이드 히터로 성장했다. 마침내 꿈에 그리던 프로 지명의 순간이 찾아왔다. 박철우 감독은 전유석을 가장 먼저 원했던 선수라고 밝혔다. 리베로 출신의 안정적인 리시브 능력에 200㎝라는 신장까지 갖춰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유연경 씨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아들의 경기력에 대한 칭찬이 아니었다. 유연경 씨는 "아까 박철우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전)유석이가 배구를 잘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라 착하다고 이야기하시더라"며 "그 말에 너무 감동해서 눈물이 났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그 부분이 더욱 감사했다"고 털어놨다.
아들이 프로로 향하는 순간에도 어머니의 당부는 변하지 않았고 아들의 마음도 같았다. 전유석은 "할머니가 어느 팀에 가더라도 열심히 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임하면 나를 알아줄 것이라고 하셨다"며 "프로에 가는 것이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하셨다. 구단이 나를 뽑은 것을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말씀하셨다. 왜 우리카드가 나를 1라운드에 뽑았는지 증명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