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종목 레버리지 광풍'은 잡혔지만 상품 출시 두달만에 규제를 대폭 강화해야 했던 정책 과정엔 복기할 대목이 뚜렷하다. 시장에선 상품 도입부터 과열 대응까지 정책의 효율성을 되짚고, 고위험 상품의 제도적 안전장치를 보다 촘촘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화된 규제가 과열을 빠르게 진정시킨 만큼 애초 위험평가와 투자자 보호장치를 보다 정교하게 설계했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의 출발점은 '규제 비대칭'이었다. 미국과 홍콩 등 해외에서는 개별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 상품을 거래할 수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분산투자 요건 등으로 출시가 불가능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국내 증권사를 통해 해외에 상장된 관련 상품에 투자할 수 있었던 만큼 국내에서도 다양한 투자수요를 충족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 방침을 공식화했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투자수요를 충족할 혁신상품을 허용하고 해외시장과의 규제 격차를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국내에서 투자수요를 충족함으로써 해외로의 자금유출 유인을 줄이는 것도 정책 목표였다.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위험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개별 종목에 투자위험이 집중되고 하루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만큼 손실 역시 증폭될 수 있다는 점은 상품 구조 자체에 내재돼 있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원래도 개인투자자는 1000만원의 기본예탁금이 있었고 교육도 받아야 하는 등 기본적인 진입장벽은 있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상품 출시 전 손익 증폭, 변동성 잠식 등의 위험을 안내했다.
문제는 안전장치의 강도가 적절했느냐다. 상품에 대한 실제 시장의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5월27일 상장 첫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상장지수펀드) 16종의 거래대금은 약 10조4180억원에 달했다. 이후 하루 거래대금이 한때 19조원을 넘어서는 등 거래가 특정 상품에 급격하게 집중됐다.
결국 당국은 상품 출시 두 달여 만에 규제를 강화했다. 신규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광고·이벤트성 마케팅을 금지했다. 기본예탁금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이고 대용증권을 제외해 현금으로만 납부하도록 했다. 사전교육 강화와 모의거래 의무화, 괴리율 관리 강화도 뒤따랐다.
이후 거래대금은 빠르게 감소했다. 그러나 사후 조치가 과열을 빠르게 진정시키면서 최초 안전장치가 실제 투자수요와 과열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한 수준이었는지도 정책적 쟁점으로 남았다.
국회에서도 도입 전 위험검증의 적정성이 쟁점이 됐다. 지난 7월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에 앞서 스트레스테스트 등 리스크 분석을 거쳤는지를 묻는 질의가 나왔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관련 검토를 거쳤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금융당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에 앞서 위험요인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변동성 잠식과 급락 시 가격변동 확대 가능성, 레버리지 배율에 따른 리밸런싱 규모 등 상품 도입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분석했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홍콩 등 해외 사례를 사전에 면밀히 살펴봤고 필요한 절차는 모두 수행했다"고 말했다. 다만 투자자 보호와 관련해서는 "일부 투자자 입장에서는 안내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그런 부분은 더 안내를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기본예탁금 강화는 과열을 가라앉히는 데 효과를 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기본예탁금 강화 이후 거래규모가 크게 감소한 것은 진입요건 강화가 투자자의 거래 참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기본예탁금 같은 진입규제는 상품에 대한 투자자의 이해도를 높이는 수단은 아니며, 규제가 지나치면 투자자의 선택권을 제약하거나 투자수요가 해외 상품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을 국내에서만 막아두는 규제 비대칭을 해소하고 투자자의 선택권을 넓히겠다는 정책 목표에는 근거가 있었다. 관건은 상품의 문을 여는 단계에서 투자수요와 거래집중이 어디까지 커질 수 있는지를 가정하고 그 위험에 맞는 투자자 보호장치를 함께 설계하는 것이었다.
이번 사태는 상품 혁신과 투자자 보호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보여준다. 진입장벽을 무조건 높이는 방식만으로는 혁신상품을 국내에 공급한다는 정책 취지를 살리기 어렵고, 반대로 상품 다양성에만 무게를 두면 예상하지 못한 시장 과열과 투자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후에 과열을 잡는 것보다 상품 도입 단계에서 위험을 정교하게 평가하고 적정한 투자자 보호장치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