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단일레버리지 규제 한달, 광풍이 남긴 것 ⑤사태 계기로 제도개선 논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사태를 계기로 고위험 투자상품에 대해 '문제가 터진 뒤 규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새로운 상품의 출시를 막지 않으면서도 상품의 위험도에 맞는 투자자 보호장치를 갖추고, 예상치 못한 과열이 발생하면 당국이 신속하게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출시 당시 기본예탁금과 사전교육 등의 진입장벽을 뒀지만 예상보다 거래가 급증하자 신규상장 잠정 중단, 광고·이벤트성 마케팅 금지, 기본예탁금 상향, 모의거래 의무화 등의 조치가 추가됐다. 문제는 새로운 고위험 상품이 등장할 때마다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상품 구조와 위험성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만큼 모든 상품에 일률적인 진입규제를 적용하기도 어렵다. 반대로 과열이 현실화된 뒤 상품별로 규제를 추가하는 방식만으로는 급변하는 시장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에서는 당국의 개입 수단을 확대하려는 입법 논의가 시작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시장 불안이 커질 경우 금융위원회가 파생상품 위험평가액 한도를 최대 180일간 낮추도록 명령할 수 있게 했다. 레버리지 상품의 배율을 시장 상황에 따라 한시적으로 낮출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기본예탁금이나 교육이 투자자의 진입을 제한하는 규제라면 이 법안은 상품 자체의 위험 수준을 낮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다만 모든 고위험 상품에 적용되는 포괄적인 긴급조치권은 아니다. 자본시장법상 파생상품 위험평가액 규제를 받는 집합투자기구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향후 논의에서는 적용 대상과 개입 요건·범위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상품 출시 전 스트레스테스트를 강화하는 것만으로 모든 위험을 걸러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여러 변수와 스트레스 요인을 놓고 점검해도 파생상품 등은 수요가 쏠리고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예상하지 못한 꼬리위험(tail risk·극단적 변동)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한 상품을 규제해도 다른 상품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꼬리위험이 큰 상품의 비중을 줄여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상품 혁신을 허용하면서 위험 수준에 따라 규제를 달리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홍콩이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기초자산을 유동성이 높은 초대형주로 제한하고 원칙적으로 ±2배 이내에서 상품을 허용한다. 기초주식의 변동성이 높으면 이보다 낮은 레버리지 배율만 허용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시장 여건에 따라 레버리지 배율을 낮출 수 있는 '탄력적 레버리지 구조'도 도입했다. 2배를 고정적으로 유지하는 대신 시장 유동성과 상품의 운용 여력 등을 고려해 위험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방식이다. 상품을 허용할지 말지를 이분법적으로 결정하기보다 상품 설계부터 출시 이후까지 위험을 단계별로 관리하는 접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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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제도뿐 아니라 시장이 고위험 상품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스트레스테스트나 진입장벽 강화도 필요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이 상품의 위험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를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근본적으로는 상품의 위험을 이해한 투자자가 장기투자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개인투자자의 단기매매 비중이 높은 국내 시장에서는 기관의 장기자금 참여를 확대하는 등 장기투자 기반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고위험 상품 관리의 과제는 사전검증 하나를 강화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상품 출시 전 위험과 시장 충격을 검증하고, 위험도에 비례해 안전장치를 달리해야 한다. 또 예상하지 못한 과열에는 신속하게 개입하는 동시에 시장의 상품 수용능력과 투자문화까지 함께 높이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