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복기해보니
'단일종목 레버리지 광풍'은 잡혔지만 상품 출시 두달만에 규제를 대폭 강화해야 했던 정책 과정엔 복기할 대목이 뚜렷하다. 시장에선 상품 도입부터 과열 대응까지 정책의 효율성을 되짚고, 고위험 상품의 제도적 안전장치를 보다 촘촘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화된 규제가 과열을 빠르게 진정시킨 만큼 애초 위험평가와 투자자 보호장치를 보다 정교하게 설계했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 해외로 가는 투자자 잡으려 문 열었는데…두달만에 규제 강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의 출발점은 '규제 비대칭'이었다. 미국과 홍콩 등 해외에서는 개별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 상품을 거래할 수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분산투자 요건 등으로 출시가 불가능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국내 증권사를 통해 해외에 상장된 관련 상품에 투자할 수 있었던 만큼 국내에서도 다양한 투자수요를 충족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 방침을 공식화했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투자수요를 충족할 혁신상품을 허용하고 해외시장과의 규제 격차를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국내에서 투자수요를 충족함으로써 해외로의 자금유출 유인을 줄이는 것도 정책 목표였다.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위험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개별 종목에 투자위험이 집중되고 하루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만큼 손실 역시 증폭될 수 있다는 점은 상품 구조 자체에 내재돼 있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원래도 개인투자자는 1000만원의 기본예탁금이 있었고 교육도 받아야 하는 등 기본적인 진입장벽은 있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상품 출시 전 손익 증폭, 변동성 잠식 등의 위험을 안내했다.
문제는 안전장치의 강도가 적절했느냐다. 상품에 대한 실제 시장의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5월27일 상장 첫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상장지수펀드) 16종의 거래대금은 약 10조4180억원에 달했다. 이후 하루 거래대금이 한때 19조원을 넘어서는 등 거래가 특정 상품에 급격하게 집중됐다.
결국 당국은 상품 출시 두 달여 만에 규제를 강화했다. 신규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광고·이벤트성 마케팅을 금지했다. 기본예탁금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이고 대용증권을 제외해 현금으로만 납부하도록 했다. 사전교육 강화와 모의거래 의무화, 괴리율 관리 강화도 뒤따랐다.
이후 거래대금은 빠르게 감소했다. 그러나 사후 조치가 과열을 빠르게 진정시키면서 최초 안전장치가 실제 투자수요와 과열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한 수준이었는지도 정책적 쟁점으로 남았다.
국회에서도 도입 전 위험검증의 적정성이 쟁점이 됐다. 지난 7월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에 앞서 스트레스테스트 등 리스크 분석을 거쳤는지를 묻는 질의가 나왔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관련 검토를 거쳤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금융당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에 앞서 위험요인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변동성 잠식과 급락 시 가격변동 확대 가능성, 레버리지 배율에 따른 리밸런싱 규모 등 상품 도입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분석했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홍콩 등 해외 사례를 사전에 면밀히 살펴봤고 필요한 절차는 모두 수행했다"고 말했다. 다만 투자자 보호와 관련해서는 "일부 투자자 입장에서는 안내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그런 부분은 더 안내를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 "진입장벽 높이면 끝?…혁신과 보호 함께 잡아야"
결과적으로 기본예탁금 강화는 과열을 가라앉히는 데 효과를 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기본예탁금 강화 이후 거래규모가 크게 감소한 것은 진입요건 강화가 투자자의 거래 참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기본예탁금 같은 진입규제는 상품에 대한 투자자의 이해도를 높이는 수단은 아니며, 규제가 지나치면 투자자의 선택권을 제약하거나 투자수요가 해외 상품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을 국내에서만 막아두는 규제 비대칭을 해소하고 투자자의 선택권을 넓히겠다는 정책 목표에는 근거가 있었다. 관건은 상품의 문을 여는 단계에서 투자수요와 거래집중이 어디까지 커질 수 있는지를 가정하고 그 위험에 맞는 투자자 보호장치를 함께 설계하는 것이었다.
이번 사태는 상품 혁신과 투자자 보호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보여준다. 진입장벽을 무조건 높이는 방식만으로는 혁신상품을 국내에 공급한다는 정책 취지를 살리기 어렵고, 반대로 상품 다양성에만 무게를 두면 예상하지 못한 시장 과열과 투자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후에 과열을 잡는 것보다 상품 도입 단계에서 위험을 정교하게 평가하고 적정한 투자자 보호장치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말했다.
-사태 계기로 제도개선 논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사태를 계기로 고위험 투자상품에 대해 '문제가 터진 뒤 규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새로운 상품의 출시를 막지 않으면서도 상품의 위험도에 맞는 투자자 보호장치를 갖추고, 예상치 못한 과열이 발생하면 당국이 신속하게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진입규제 넘어…상품 위험에도 직접 개입"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출시 당시 기본예탁금과 사전교육 등의 진입장벽을 뒀지만 예상보다 거래가 급증하자 신규상장 잠정 중단, 광고·이벤트성 마케팅 금지, 기본예탁금 상향, 모의거래 의무화 등의 조치가 추가됐다. 문제는 새로운 고위험 상품이 등장할 때마다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상품 구조와 위험성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만큼 모든 상품에 일률적인 진입규제를 적용하기도 어렵다. 반대로 과열이 현실화된 뒤 상품별로 규제를 추가하는 방식만으로는 급변하는 시장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에서는 당국의 개입 수단을 확대하려는 입법 논의가 시작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시장 불안이 커질 경우 금융위원회가 파생상품 위험평가액 한도를 최대 180일간 낮추도록 명령할 수 있게 했다. 레버리지 상품의 배율을 시장 상황에 따라 한시적으로 낮출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기본예탁금이나 교육이 투자자의 진입을 제한하는 규제라면 이 법안은 상품 자체의 위험 수준을 낮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다만 모든 고위험 상품에 적용되는 포괄적인 긴급조치권은 아니다. 자본시장법상 파생상품 위험평가액 규제를 받는 집합투자기구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향후 논의에서는 적용 대상과 개입 요건·범위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상품 출시 전 스트레스테스트를 강화하는 것만으로 모든 위험을 걸러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여러 변수와 스트레스 요인을 놓고 점검해도 파생상품 등은 수요가 쏠리고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예상하지 못한 꼬리위험(tail risk·극단적 변동)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한 상품을 규제해도 다른 상품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꼬리위험이 큰 상품의 비중을 줄여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홍콩은 이미 '탄력 배율'…위험 따라 상품구조 바꾼다
해외에서는 상품 혁신을 허용하면서 위험 수준에 따라 규제를 달리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홍콩이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기초자산을 유동성이 높은 초대형주로 제한하고 원칙적으로 ±2배 이내에서 상품을 허용한다. 기초주식의 변동성이 높으면 이보다 낮은 레버리지 배율만 허용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시장 여건에 따라 레버리지 배율을 낮출 수 있는 '탄력적 레버리지 구조'도 도입했다. 2배를 고정적으로 유지하는 대신 시장 유동성과 상품의 운용 여력 등을 고려해 위험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방식이다. 상품을 허용할지 말지를 이분법적으로 결정하기보다 상품 설계부터 출시 이후까지 위험을 단계별로 관리하는 접근이다.
업계에서는 제도뿐 아니라 시장이 고위험 상품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스트레스테스트나 진입장벽 강화도 필요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이 상품의 위험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를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근본적으로는 상품의 위험을 이해한 투자자가 장기투자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개인투자자의 단기매매 비중이 높은 국내 시장에서는 기관의 장기자금 참여를 확대하는 등 장기투자 기반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고위험 상품 관리의 과제는 사전검증 하나를 강화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상품 출시 전 위험과 시장 충격을 검증하고, 위험도에 비례해 안전장치를 달리해야 한다. 또 예상하지 못한 과열에는 신속하게 개입하는 동시에 시장의 상품 수용능력과 투자문화까지 함께 높이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