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나흘 연속 오르며 52주 신저가 대비 54% 넘게 뛰었다. 자회사 SK온의 수주 소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이후 수년째 투자금이 묶인 SK이노베이션의 주주들은 최근 리레이팅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SK이노베이션에 대해 SK온의 수주 소식은 긍정적이라면서도 SKIET 흡수합병은 부정적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SK이노베이션은 전일 대비 9800원(7.81%) 오른 13만5300원에 장 마감했다. 지금의 주가는 종가를 기준으로 지난 5월 7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6월 26일 기록한 52주 신저가(8만7700원)에 비해선 54.3% 상승했다.
SK이노베이션은 4거래일 연속 강세를 나타냈다. 이 종목의 최근 강세는 자회사 SK온의 수주 소식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SK온은 지난달 27일 미국 ESS(에너지저장장치) 제조기업 네오볼타 파워와 ESS용 배터리 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간 총 9GWh(기가와트시) 규모 리튬인산철(LFP) 파우치 배터리 셀을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업계에서는 공급계약 규모를 금액으로 약 1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SK온은 또 연내 네오볼타 파워와 9GWh 규모 추가 협력 계약도 추진 중이다. 계약이 추가 성사되면 양사의 협력 규모는 총 18GWh까지 확대된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수주에 대해 긍정적인 이벤트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SK이노베이션과 SKIET와의 합병 소식은 SK이노베이션의 주가 밸류에이션에 악재로 평가하고 있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이번 9GWh 계약보다 눈길이 가는 것은 SK온의 직접 판매를 위한 추가 계약 가능성이다"며 "그룹사 발전소 쪽으로 ESS가 공급되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전 연구원은 이어 "다만 이번 ESS 계약이 SK온과 SKIET 지원에 대한 불만과 불안을 해소시키기에는 절대적으로 역부족일 것"이라고 했다.
이진명·김명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유·윤활유 중심의 실적과 현금흐름 개선은 유효한 가운데 배터리 손실 축소, ESS 수주 확대, 순차입금 감소, SKIET 정상화 등이 관건이다"면서도 "합병 관련 불확실성이 있어 단기적인 재평가 속도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이차전지에 대한 관심이 부각된 2020년에 급격히 상승했다. 2021년 초에는 32만원대까지 올랐다. 이 기간 상승률은 약 490%에 이른다. 당시 고점에 비해 지금 주가는 반토막도 채 되지 않는다.
SK이노베이션이 급히 떨어진 것은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 때문이다.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가 둔화하면서 업계는 가동률과 수익성 하락 등 침체를 겪었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온 역시 적자로 재무가 악화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그룹 계열사 간 리밸런싱을 실시했다. 캐시카우였던 SK E&S를 사내독립기업(CIC)으로 흡수합병했고, 이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 SK엔무브를 SK온에 차례로 합병해 현금흐름을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