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엘이 현 주가를 50% 이상 웃도는 전환가액으로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전력반도체 핵심 장비사인 리드엔지니어링(이하 리드)을 인수했다. 피인수사의 최대주주가 현금 대신 높은 프리미엄이 붙은 CB 인수를 하는 것은, 향후 두 회사의 시너지 효과에 강한 자신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0일 아이엘은 SiC(실리콘카바이드) 전력반도체 장비 전문기업 리드의 기업가치를 160억원으로 평가하고 지분 80%를 128억원에 인수하기로 확정했다. 인수대금은 현금 50억원과 아이엘 CB 78억원으로 구성된다. 전체 대금의 약 61%가 CB로 지급되는 셈이다.
특히 발행되는 CB의 최초 전환가액은 주당 8467원으로, 아이엘의 전일 종가(5570원)보다 약 52% 높은 수준이다. 현 주가보다 절반 이상 높은 가격대로 전환가가 정해졌음에도 매각 측이 이를 수용했다는 점은, 양사의 결합이 가져올 강력한 시너지와 주가 상승 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리드는 2006년 설립 이후 약 20년간 반도체 확산로(Furnace) 및 급속열처리(RTP) 원천기술을 고도화해 온 강소기업이다. 150㎜ 및 200㎜ 웨이퍼 공정용 설비를 중심으로 국내외 200대 이상의 장비 공급 실적을 확보했다. 특히 글로벌 톱티어 전력반도체 기업인 온세미에 SiC드 장비를 직접 공급했고,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과의 지속적인 거래를 했다.
SiC 장비 시장은 독일 센트로썸, 일본 도쿄일렉트론(TEL)·고쿠사이일렉트릭, 네덜란드 에이에스엠(ASM) 등 소수 해외 장비사가 과점해 온 분야다. 리드는 독보적인 국산화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 내 입지를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보유 기술은 △최대 1250도(℃)급 고온 공정에 대응하는 확산로·급속열처리 설비 △1400도급 차세대 초고온 산화 공정 기술 △팥리스 마이크로 범프 리워크 후공정 열처리 기술 △유해가스 스크러버 특허 △고순도 SiC 소재 국산화 기술 등이 있다. 리드는 이를 토대로 고부가 신규 라인업을 본격 가동해 2030년 매출 888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내부 목표를 세웠다.
아이엘은 이번 인수를 통해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급부상한 차세대 전력반도체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최근 AI 데이터센터는 전력소모와 발열을 줄이는 것이 핵심 과제다.
SiC는 기존 실리콘(Si) 소재 대비 밴드갭이 3배 넓어 10배 이상의 높은 전압과 고온을 견뎌내며, 전력 변환 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을 최대 70% 이상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냉각 전력 소모를 줄이고 칩의 집적 밀도를 높여야 하는 AI 데이터센터, 전기차 급속충전 인프라, 신재생에너지 전력망 등에서 SIC 전력반도체 채택이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아이엘은 전기차, ESS(에너지저장장치), 전력망에 이어 AI 데이터센터까지 전력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면서 글로벌 기술력을 입증받은 리드의 장비 수요 역시 가파르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따.
송성근 아이엘 의장은 "이번 인수 구조는 리드가 보유한 독보적인 SiC 장비 기술력과 결합 후 창출될 아이엘의 미래 가치를 시장과 피인수사가 동시에 인정한 결과"라며 "아이엘의 자본·경영 역량을 결합해 SiC 차세대 장비의 사업화를 가속하고 반도체 장비 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시장과 기술 변화에 맞춰 GaN 등으로 확장 가능성도 지속적으로 검토해 나갈 것"이라며 "M&A의 가치는 인수 발표가 아니라 이후 만들어내는 기술과 고객, 수주와 실적으로 증명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현호 리드 대표는 "이번 거래를 단순한 지분 매각이 아니라 아이엘과 함께 리드의 다음 성장단계를 만들어가는 전략적 결합으로 판단했다"며 "아이엘과의 결합을 통해 기존 고객 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그동안 준비해온 신규 제품 개발과 사업화에 더욱 집중하고, SiC를 비롯한 차세대 반도체 장비 개발과 고객 확대를 통해 새로운 성장단계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