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유럽 투자입맛 맞추려면…"ESG 얕보지 말아야"

런던(영국)=성시호 기자
2026.09.30 17:05

[증권사, 돈 버는 해외진출]3-② 영국 런던

[편집자주] 국내 증권업계의 해외 사업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 증시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서학개미의 해외 투자가 늘어나는 등 국경이 사라진 투자 환경이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사업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증권사들의 주요 해외 법인을 찾아 글로벌 진출 전략을 살펴보고 글로벌 자본시장 플레이어로 자리 잡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찾아본다.
8일 영국 런던 영란은행(BOE) 본부 인근 교차로. /사진=성시호

"유럽에선 한국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ESG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금융 선진시장인 유럽을 공략하기 위해 국내 증권업계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지 기관투자자들이 ESG 확립 여부를 주요한 투자 기준 중 하나로 여기는 만큼 유럽 거대자금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국내 증시 역시 이 부분을 외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머니투데이가 최근 영국 런던에서 만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ESG가 유럽 연기금·자산운용사들의 마지막 투자처 선정 문턱으로 자리한다고 설명했다. 강한 펀더멘털을 기반으로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는 기업도 ESG 리스크에 발목을 잡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유럽의 한 기관은 당초 투자하지 않던 한국 특정 종목이 급등하며 벤치마크(운용성과 비교기준) 수익률이 높아지고 자사 펀드 상대 성과를 위협하자 내부규정을 완화하며 투자 개시를 검토하다 단념한 것으로 알려졌다. ESG 실사가 막판 변수로 작용했다. 한 증권사 현지법인 관계자는 "기관이 해를 넘기면서까지 내부절차를 거쳐 투자기준을 완화했지만, 개별종목에서 부각된 오너리스크 탓에 투자가 무산된 사례"라며 "간혹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ESG 등급이 미흡하면 기업 IR미팅 제안까지 거절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ESG 구성요소 가운데선 지배구조(G)가 한국 기업들의 약점으로 지목된다. 구체적으로 소유구조 투명성과 함께 일반주주 이익에 반하는 의사결정, 여기에 '오너 리스크'까지 탈락사유로 거론된다. 오너 리스크는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탓에 통상 지분구조나 범죄이력 등 기록을 평가근거로 활용한다. 횡령·배임 등 경제범죄뿐 아니라 폭력범죄까지 예의주시하는 기관도 있다. 범죄조직이 산업계에 유입돼 홍역을 치렀던 국가에서 주로 나타나는 관행이다.

한국 중소형주도 유럽 기관의 지배구조 리스크 문의를 피할 수 없다고 국내외 관계자들은 귀띔했다. 상속세 재원이나 승계구조 마련은 이미 투자 전 숙지사항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한국 금투업계에서 저PBR(주가순자산비율) 해소방안이 논의되기 전부터 유럽 기관들은 '주가 누르기' 발생 가능성을 주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관계자는 "현지 기관으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투자문의가 오너 리스크 관련 질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아직 대기업에서도 사고사례가 잇따라 보도되니 한국기업의 지배구조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하는 기관이 많다"고 했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불거진 '안티 ESG' 기조가 유럽 투자시장까지 확산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현지 관계자들은 선을 그었다. 한때 화제화한 ESG 펀드의 쇠퇴는 테마 인기가 수그러들면서 나타난 현상일 뿐, 대규모 운용자산을 갖춘 기관의 의사결정 동향 변화는 감지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에선 ESG가 이념적 논쟁거리로 부상했지만, 유럽은 명문 규제가 대거 도입된 실정이다. EU의 분산적 의사결정 체계를 감안할 때 트럼프 행정부가 단행한 급진적 제도 폐지가 유럽 권역에서 재현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 유럽 기관 등의 투자유치를 고려하는 규모의 기업이라면, 추후 ESG 규정이 완화될 경우 발생할 매몰비용보다는 유럽계 자본 유치가 무산되면서 나타날 기회비용을 먼저 고려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한국기업 ESG 둘러싼 유럽 금투업계 말말말/그래픽=윤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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