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와 판매사의 투자일임 성과보수 쉐어…고수익 추구 변질 우려

김경렬 기자, 김지현 기자
2026.10.08 16:39
주요 증권사의 올해 상반기 일임계약 자산총액/그래픽=최헌정

증권사와 운용사가 투자일임 상품 운용의 성과보수를 나눠가지면서 증권사가 자문사(운용사 또는 투자자문사)의 상품 포트폴리오 구성 자문에 대해 역으로 압박하는 주객전도(主客顚倒·핵심과 부수적인 것의 위치가 뒤바뀐 일)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증권사와 자문사 성과보수 쉐어(공유)가 허용되면서 증권사들이 투자일임 상품 자문을 맡는 운용사의 운용에 개입하게 되고, 이는 단기적인 고수익 추구로 투자자에 손실 가능성을 높인다는 지적이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투자일임 계약 건수는 28만3659건으로 지난해의 계약 건수 대비 3만1752건 증가했다. 이에 따라 일임계약 자산총액(평가금액 기준)도 지난해 8조7225억원에서 올해 17조9357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런 기조는 다른 증권사도 마찬가지다. 삼성증권의 일임계약 자산총액은 지난해 8조6233억원에서 올해 12조6654억원, KB증권은 8조6억원에서 10조7408억원, 신한투자증권은 4조8476억원에서 5조2897억원으로 각각 늘었다.

투자일임 계약은 고객이 증권사에 위탁계좌를 개설하고 해당 계좌를 대리 운용해달라고 위임하는 약정이다. 일반적으로 증권사는 기본보수(기본수수료)로 운용자산의 1% 내외를 고객으로부터 선취하고 이후 성과보수(성과수수료·이하 수수료)로 초과수익의 20%를 징수한다. 수익률 7~8% 이상은 초과수익으로 산정한다.

증권사는 수수료 수익에 대해 자문사에 보수를 나눠 지급하고 있다. 성과보수는 자문에 따른 대가로 각사별로 천차만별 비중을 두고 있다. 초과수익을 4:6, 5:5 등으로 비율을 산정해 증권사와 자문사가 나누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운용사에 대한 증권사의 압박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부 증권사는 포트폴리오 구성에 대해 지점을 통해 운용사에 우회적으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식 투자일임 상품의 포트폴리오가 빠르게 교체되면서 자문사의 역량이 단기 고수익 추구에 집중되고 있다는 후문도 전해진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일부 종목을 집중 운용한 상품의 경우 무리한 투자로 인한 리스크가 고객에게 전가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증권가에서 공격적으로 판매했던 목표 수익전환형 자문형 랩 투자일임 상품의 투자자들은 계좌에 평가 손실이 발생했다. 이 상품은 수수료와 제반 비용을 차감한 후 6% 내외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면 현금성 자산으로 전환하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코스피는 지난 6월 1일 9385.59를 기록한 뒤 하락해 7000선 언저리에서 움직이면서 목표전환되지 않고 계좌에는 원금손실이 발생했다. 이날 종가 기준 코스피 하락률은 지난 6월 고점 대비 25.4%에 이른다.

증권사와 자문사의 성과보수 공유는 2011년 금융당국의 모범규준에 따라 금지됐다. 막대한 자금이 일부 자문사로 몰린 데 따른 부작용을 제재하기 위해서였다. 랩 상품은 소수 종목들을 집중 투자할 수 있고 매매내역 공개도 가능하다. 이에 따라 편입 종목에 대해 투자 세력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소지가 생겼다. 일부 자문사는 단기적인 고수익을 거둬들였고 투자일임 상품이 펀드 형태로 운용되면서 개인 고객의 입장에 맞춘다는 상품 취지도 퇴색했다. 결국 2013년 5월에는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투자자문업자와 투자일임업자간 성과보수 거래가 불건전 영업행위로 지정됐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2019년부터다. 해당년도 금융위원회는 '현장 혁신형 자산운용산업 규제 개선안'을 통해 '계약에 따른 성과보수 공유'는 가능토록 규제를 완화해 증권사와 자문사의 성과보수 공유를 허용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투자일임 상품에 대해서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포트폴리오를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이 자문사에 비해 부족해 예전으로 제도를 되돌린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자체적인 역량으로만 주식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상품을 직접 운용하는 증권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증권사가 상품의 운용에 우회적으로 관여하면서 투자일임 상품 자체가 투자자를 위한 안정성을 추구하기보다 변동성에 크게 흔들릴 수 있는 고위험 단기투자 상품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문사 선정 판매 전략이 더 중요했다는 이유로 제도가 개선된 것으로 보이고 증권사가 주식을 운용할 수 있는 자체 역량은 없다는 점에서 자문사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며 "자문 상품을 교체하는 과정에서도 자문 역량보다 성과보수 등에 집중한다면 이런 보수가 단순한 대가성에 그치는지는 따져볼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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