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향후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경구용(먹는) 췌장암 치료제 '다락손라십'(제품명 라손큐)을 이례적으로 빠르게 승인했다. 이 약은 전이성 췌장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기존 치료법 대비 약 2배 늘리고 사망 위험을 60% 낮춰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져 온 RAS 경로 표적 치료제 개발에서 의미 있는 이정표가 세워졌단 평가도 나온다.
27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FDA는 지난 26일(현지시간) 레볼루션 메디신의 췌장암 치료제 다락손라십을 승인했다. 다락손라십은 지난 4월 임상 3상 결과가 발표된 이후 췌장암 치료의 판도를 바꿀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에 FDA는 지난 5월 확대 접근 프로그램(EAP)를 통해 해당 치료제에 대한 환자들의 조기 접근을 허가한 바 있다.
다락손라십은 임상 3상에서 투여군의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이 13.2개월로, 화학요법으로 치료받은 대조군의 6.7개월보다 약 2배 높게 나타났다. 사망 위험은 60% 감소시켰다.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앙값은 7.3개월로, 대조군의 3.5개월의 2배를 넘어섰다. 이상반응으로 인한 치료 중단율은 다락손라십 투여군에서 1.2%로, 대조군 11.2% 대비 크게 낮았다.
전례 없는 치료 효과를 보인 만큼 FDA의 승인도 예정된 심사 마감일보다 약 6.5개월 앞서 신속하게 이뤄졌다. FDA는 "이 약물은 미충족 수요가 높은 분야에서 전례 없는 효과를 보였다"며 "불필요한 지연을 줄이고 환자와 가족의 삶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혁신적인 치료법을 발전시키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이겠다는 기관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승인을 통해 한 가지 이상의 전신 치료를 받았거나 다제 전신 치료 대상이 아닌 전이성 췌장선암 환자는 새로운 치료 선택지를 얻게 됐다. 다락손라십은 1일 1회 복용하는 경구제로, 미국에서 30일분 기준 3만9800달러(약 5494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레볼루션 메디신은 환자들의 보험 적용, 재정 지원, 치료 교육 등을 제공하는 종합 프로그램 '(ON) Path'도 출시했다.
전체 췌장암의 90~95%를 차지하는 췌장선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고 질병 악화가 빠른 데다 치료법이 제한적인 탓에 사망률이 매우 높다. 약 80%의 환자가 진행성 또는 전이성 단계에서 진단을 받는데, 미국에서 전이성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약 3%에 불과하다.
다락손라십은 대부분의 췌장암에서 발견되는 RAS 단백질을 표적하는 약물이다. RAS 단백질은 세포의 성장과 분열 신호를 전달하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데, 돌연변이가 생기면 스위치가 꺼지지 않아 암세포의 성장을 촉진시킨다. 다수의 고형암에서 발현되는 유망한 타깃이지만, 구조적 특성으로 약물 개발이 어려운(undruggable) 타깃으로 여겨져 왔다.
레볼루션 메디신은 자체 플랫폼을 통해 활성화된 RAS 단백질을 직접 표적하는 기전으로 치료제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기존 RAS 억제제가 특정 변이를 표적하는 것과 달리 일반적인 RAS 유전자형에 의해 유발되는 암을 표적할 수 있다. 이에 향후 적응증 확장도 주목된다. 레볼루션 메디신은 현재 전이성 RAS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