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약가 인하 대응 나서는 휴온스, 휴온스랩 합병 대체할 카드는

정기종 기자
2026.08.31 16:22

휴온스랩 개별 협업·외부 임상 파이프라인 도입 등 R&D 보강 가능성
백신 유통·제천2공장 가동률 상승으로 실적 방어…구체적 전략은 검토 중

휴온스 사옥 전경 /사진=휴온스

휴온스가 휴온스랩과의 합병 없이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비롯한 약가제도 개편 대응에 나선다. 합병을 통해 휴온스랩의 연구조직과 바이오의약품 파이프라인을 내재화하려던 계획이 일단 무산된 만큼 이를 대신할 연구개발(R&D)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휴온스랩과의 개별 협업과 외부 물질(파이프라인) 도입, 약가 영향을 덜 받는 사업 확대 등이 대안으로 꼽힌다.

3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휴온스는 지난 26일 이사회를 열고 휴온스랩과 체결한 합병계약을 해제했다. 합병 발표 이후 휴온스 주가가 하락해 합병가액과 현 주가의 격차가 벌어진 데다 합병비율을 둘러싼 주주 반대가 이어진 점을 고려했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확대에 따른 재무 부담도 영향을 미쳤다.

휴온스는 당초 휴온스랩의 R&D 조직과 바이오의약품 파이프라인을 흡수해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정부가 복제약(제네릭) 기본 약가 산정률을 오리지널 의약품의 53.55%에서 45%로 낮추는 가운데 혁신형 제약기업에는 신규 제네릭 60%, 기존 등재 제네릭 49%의 우대 산정률을 최대 4년간 적용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다품목 제네릭 중심의 전문의약품 사업을 영위하는 휴온스에는 인증 여부가 향후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휴온스랩을 합병하면 인간 유래 재조합 히알루로니다제 '하이디자임주'와 정맥주사를 피하주사로 전환하는 '하이디퓨즈' 플랫폼 등을 확보해 바이오 신약과 임상·사업화 역량을 보강할 수 있었다. 합병은 중단됐지만 약가 인하 대응과 성장동력 확보 필요성은 그대로 남은 상황이다.

우선 꼽히는 대안은 휴온스랩과의 합병 없는 협업이다. 휴온스랩 전체를 흡수하지 않고 하이디자임주의 판매·생산권이나 하이디퓨즈 적용 품목의 공동개발권 등 필요한 권리만 확보하는 방식이다. 다만 단순 판매권보다 휴온스가 개발비를 부담하고 임상·허가에 참여하는 공동개발 구조가 자체 R&D 성과를 쌓고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받는 데 유리할 수 있다.

임상이 일정 단계 진행된 외부 파이프라인 도입도 선택지다. 초기 후보물질을 자체 개발하면 임상과 사업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개발이 진전된 신약이나 개량신약을 도입해 휴온스가 후속 개발을 맡는 방식이다. 휴온스는 외부에서 도입한 비소세포폐암 후보물질 'HUC1-733'과 임상 2상 단계 안구건조증 치료제 'HUC1-394', 임상 1상 단계 비만치료제 'HUC2-676' 등을 개발하고 있다.

자체 R&D 성과가 축적될 때까지는 약가 영향을 덜 받는 사업을 키워 실적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다. 해당 측면에서 휴온스는 사노피와 체결한 백신 주사제 국내 유통계약의 실적이 하반기부터 온전히 반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승인을 받고 올해 본격 가동한 제천2공장 주사제 바이알 라인의 가동률을 높여 수탁 매출과 수익성도 개선할 계획이다. 해당 라인의 상반기 가동률은 35%다.

미국 주사제 수출 정상화도 과제다. 휴온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제조시설 실사에서 미생물 시험 데이터와 출하 적합성 시험 등 품질관리 문제가 지적되자 리도카인과 부피바카인 등을 자진 회수했다. 관련 비용은 1분기에 반영했지만 미국 수출은 아직 재개되지 않았다. 연내 GMP 보완을 마치고 내년 수출을 재개한다는 목표다.

지난 6월 완료한 휴온스생명과학 흡수합병은 생산·비용 효율화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휴온스는 경구제 생산능력을 추가로 확보하고 판매관리비를 줄여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2분기 휴온스의 연결 매출은 1470억원, 영업이익은 2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5.8%, 77.6% 감소했다. 연속혈당측정기 사업 종료와 미국 주사제 수출 부재, 종속회사 재고자산 관련 일회성 비용 등이 영향을 미쳤다.

휴온스랩 협업과 외부 파이프라인 도입이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위한 중장기 카드라면 백신·수탁사업 확대와 생산·비용 효율화는 약가 인하에 따른 단기 실적 충격을 줄일 수단이다. 휴온스는 합병 철회 이후에도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포함한 약가제도 개편 대응을 독자적으로 추진하지만 구체적인 대체 전략은 아직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휴온스 관계자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포함한 약가제도 개편 대응은 합병과 별개로 추진하고 있다"며 "합병 중단에 따라 휴온스와 휴온스랩의 경영계획, 휴온스랩의 자금조달 계획 등을 수정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방향은 확정되는 대로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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