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운동했는데" 가슴 통증에 쓰러진 67세...심근경색 아닌 '이 질환'

박미주 기자
2026.10.09 11:10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 고혈압 약을 복용 중이지만 매일 운동을 하며 건강에는 자신이 있었던 김진섭씨(가명·67)는 업무 중 갑자기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통증은 곧 등 쪽으로 번졌고, 식은땀이 나고 호흡까지 어려워지면서 쓰러졌다. 동료들의 도움으로 급히 응급실을 찾았다.

응급실에서는 급성심근경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대동맥 CT(컴퓨터 단층촬영)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심장혈관이 막힌 것이 아니라 대동맥이 찢어진 '대동맥박리'였다.

심근경색과 혼동하기 쉬운 '대동맥박리'…정확한 감별 필요

대동맥박리는 갑작스럽고 심한 흉통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급성심근경색과 혼동하기 쉽다. 그러나 두 질환은 원인과 치료 방법이 전혀 다르다. 특히 대동맥박리를 심근경색으로 오인해 혈전용해제나 항혈소판제 등을 투여하면 출혈과 파열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치료 전 정확한 감별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동맥은 심장에서 나온 혈액을 온몸으로 전달하는, 우리 몸에서 가장 큰 동맥이다. 대동맥박리는 대동맥 안쪽 벽에 균열이 생기면서 혈액이 혈관벽 사이로 파고들어 혈관벽이 층층이 벌어지는 질환이다. 고혈압과 나이가 대표적인 위험요인이며, 마르판증후군 같은 유전성 결합조직질환이나 이엽성 대동맥판막이 있는 경우에도 위험이 높다.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 위험 급격히 높아질 수도

대동맥박리는 박리가 발생한 위치에 따라 크게 스탠퍼드(Stanford) A형과 B형으로 구분한다.

심장에서 바로 이어지는 상행대동맥을 침범하는 스탠퍼드 A형은 대동맥 파열, 심장 주변 출혈, 주요 장기로 가는 혈류 장애 등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치료하지 않으면 발병 초기 사망 위험이 시간이 지날수록 빠르게 높아지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응급수술이 필요하다.

반면 스탠퍼드 B형은 상행대동맥을 침범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합병증이 없는 경우에는 우선 혈압과 맥박을 조절하면서 대동맥 벽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고 경과를 관찰한다. 다만 대동맥 파열이나 주요 장기의 혈류 장애가 발생하거나, 통증이 지속되거나 대동맥이 빠르게 확장되는 경우에는 혈관 내 스텐트그라프트 치료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인천세종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전창석 과장(가운데)이 심장수술을 집도하고 있다./사진= 인천세종병원

수술적 치료와 혈관 내 스텐트그라프트 치료로 나뉘어

대동맥박리의 치료 방법은 크게 수술적 치료와 혈관 내 스텐트그라프트 치료로 나뉜다.

수술적 치료는 가슴 또는 필요한 경우 복부를 열고 대동맥에 직접 접근해 문제가 생긴 혈관을 인조혈관으로 교체하는 방법이다. 대동맥근부나 상행대동맥 등 심장과 가까운 부위의 병변은 대부분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스텐트그라프트 치료는 혈관 안으로 기구를 삽입한 뒤 문제가 생긴 대동맥 부위에 스텐트그라프트를 펼쳐, 혈류가 손상된 혈관벽 사이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방식이다.

전창석 인천세종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장은 "수술은 문제가 생긴 혈관을 직접 교체하는 치료고, 스텐트그라프트는 찢어진 입구를 막아 혈류가 원래 혈관으로 흐르도록 유도하는 치료"라며 "실제 치료 방법은 대동맥의 어느 부위에 문제가 생겼는지, 박리의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혈관의 형태와 환자의 전신 상태가 어떤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고 말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심근경색과 대동맥박리, 구분법은

급성심근경색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히면서 심장근육에 혈액과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발생한다. 반면 대동맥박리는 대동맥 혈관벽에 균열이 생기면서 발생한다.

심근경색의 통증은 가슴을 짓누르거나 조이는 양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대동맥박리는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시작 순간에 가장 심하고, 가슴에서 등이나 복부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양팔의 혈압이나 맥박에 차이가 나타나기도 한다. 호흡곤란, 실신, 복통, 팔다리의 감각 또는 운동 이상 등이 동반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전형적이지 않은 경우도 많아 통증만으로 두 질환을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어렵다. 박리가 심장혈관 입구까지 침범하면 실제로 심근경색과 같은 소견이 함께 나타날 수도 있다. 따라서 심근경색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도 통증이 언제, 어떻게 시작됐는지와 통증의 위치, 양상, 동반 증상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고, 필요하면 대동맥 CT로 대동맥박리 가능성까지 확인해야 한다.

박리 진행될수록 위험 커져

대동맥박리는 단순히 혈관벽에 균열이 생기는 데 그치지 않을 수 있다. 박리가 진행되면서 대동맥이 파열되거나 심장 주변에 혈액이 고일 수 있고, 뇌·신장·장·다리 등 주요 장기로 가는 혈류가 차단될 수도 있다.

따라서 얼마나 빨리 질환을 확인하고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느냐가 생명을 좌우한다. 특히 스탠퍼드 A형 대동맥박리는 심장과 가까운 상행대동맥을 침범하기 때문에 진단 즉시 응급수술로 연결돼야 한다. 응급실에 도착한 뒤에는 대동맥 CT를 통해 박리의 위치와 범위, 주요 장기로 가는 혈류에 문제가 있는지 등을 신속하게 확인하고, 수술이 필요한지 혈관 내 치료가 가능한지 판단해야 한다.

의료진 간 협력체계와 '핫라인' 시스템 중요…통증 시 '119' 연락 또는 응급의료기관 찾아야

대동맥박리는 한 진료과의 판단과 치료만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심장혈관흉부외과를 비롯해 응급의학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중환자의학과 등 여러 진료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특히 응급실에서 대동맥박리를 의심하고 필요한 검사를 시행한 뒤 전문 의료진에게 환자를 연결하고, 수술이나 시술까지 이어지는 전체 과정이 얼마나 신속하게 이뤄지는지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의료진이 환자 상태와 검사 결과를 빠르게 공유하고, 필요한 전문 진료와 치료로 즉시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

전창석 과장은 "대동맥박리와 같은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의료진이 환자 상태와 검사 결과를 공유하고, 필요한 경우 즉시 수술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며 "고혈압 등 위험요인이 있다면 평소 가까운 곳에 대동맥 응급수술이 가능한 병원이 어디인지 알아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대동맥박리를 미리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갑자기 시작됐거나 가슴에서 등·복부 등으로 퍼지는 양상을 보이고, 실신이나 호흡곤란, 팔다리의 이상 증상 등이 동반된다면 지체하지 말고 119에 연락하거나 응급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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