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형 기기를 활용하는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업들이 개인 건강관리부터 혈압 진료·신약 임상시험까지 영역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의료 현장으로 데이터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기업들은 단순 기기 판매를 넘어 측정 정확도와 임상적 활용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뛰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핀란드 스마트링 기업 오우라(Oura)는 20조원대 기업가치로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시장 불확실성을 이유로 일단 일정을 연기했지만, 상장 추진은 생체 데이터를 분석하는 웨어러블 기업이 기기 제조사를 넘어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평가받을 기회로 꼽힌다.
오우라는 스마트링 판매에 유료 구독 서비스를 결합했다. 반지로 수면과 체온 변화, 활동량 등을 측정하고 이를 분석한 건강관리 정보를 제공한다. 기기를 판매한 뒤에도 이용자의 서비스 구독으로 반복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구조다.
매출은 여전히 하드웨어 중심이다. 지난해 10월~올해 6월 매출은 12억1450만달러(약 1조6350억원)로, 직전 회계연도 전체 매출(9억785만달러)을 넘어섰다. 하지만 이 가운데 최근 3개월 매출 중 약 80%가 하드웨어에서 발생, 앞으로 이용자와 생체 데이터를 지속적인 서비스 수익으로 연결하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활동량 측정기로 성장한 핏빗이나 액션캠 시장을 개척한 고프로 등도 초기 시장 확대 이후 경쟁 심화와 성장 둔화를 겪었다. 기기의 인기가 장기간의 플랫폼 경쟁력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은 웨어러블 기업들이 데이터 활용처를 개인 건강관리 밖으로 넓히려는 배경이다.
실제로 의료 현장에서는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일상 속 생체 데이터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30~79세 고혈압환자는 약 14억명이다. 혈압이 조절되는 환자는 5명 중 1명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고혈압 관리에서는 일상생활과 수면 중 혈압 변화도 중요하다. 진료실에서 간헐적으로 측정하는 방식만으로는 야간 고혈압이나 시간대별 변화를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 장시간 착용하며 생체 신호를 수집하는 웨어러블 기기가 진료·연구 도구로 주목받는 이유다.
다만 개인의 건강관리용 정보와 의료진이 진단·치료에 활용하는 데이터는 다르다. 진료에 활용하려면 해당 목적에 맞는 정확도와 임상적 근거가 필요하다. 같은 반지형 기기라도 허가된 사용 목적과 검증 범위에 따라 진입할 시장이 달라진다.
스카이랩스, 연속 혈압 측정 기반 데이터 사업…진료·학회 연구·신약 임상으로 확장
국내에서는 스카이랩스가 반지형 혈압계를 의료 데이터 사업과 연계하고 있다. 오우라가 수면·활동 상태를 분석하는 건강관리 서비스로 성장했다면, 스카이랩스는 진료에 활용하는 연속 혈압 측정에 초점을 맞췄다.
스카이랩스의 '카트 비피 프로'(CART BP pro)는 광혈류측정(PPG) 센서와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반지형 혈압계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으며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국내 누적 처방 실적은 30만건 이상이다.
팔에 커프(가압대)를 감는 대신 반지를 착용해 일상생활과 수면 중 혈압을 측정한다. 의료진은 수집된 데이터로 환자의 야간 혈압과 시간대별 변화 양상을 파악할 수 있다.
진료 현장에서 축적한 데이터는 연구로도 이어지고 있다. 스카이랩스는 지난달 대한고혈압학회와 약 30만건의 커프리스 혈압 실사용데이터(RWD)를 활용하는 공동연구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커프리스는 가압대 없이 혈압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양측은 의료진의 처방에 따라 환자가 일상생활과 수면 중 생성한 데이터를 활용해 커프리스 혈압의 표준화와 임상 활용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회사는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의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KoGES) 연구기기 공급자로도 선정됐다.
신약 임상시험용 데이터 플랫폼 '카트 넷'(CART NET)을 통한 사업 확장도 추진한다. 신약 투여 전후 환자의 혈압과 생체 신호 변화를 측정하는 등 임상시험에 활용할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스위스 바젤 등에서 열린 글로벌 바이오 행사에서 다국적 제약사 및 임상시험수탁기관(CRO)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병환 스카이랩스 대표는 "단순히 혈압계나 의료기기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의료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플랫폼 회사를 지향하고 있다"며 "병원용 혈압 모니터링에서 개인용 시장으로 확대하고, 다양한 의료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시장으로 사업을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개인정보 보호법을 준수하며 의료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며 "이런 데이터는 궁극적으로 AI 모델 학습이나 개인화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활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