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품목허가 이전에 제조한 의약품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허가 후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다. 제네릭(복제약)의 생물학적 동등성 입증자료 제출 부담을 줄이는 한편, 연말부터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을 위한 수출제조업과 정부 인증제도도 도입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규제합리화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바이오 분야 '경쟁국 수준 규제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의약품 개발부터 허가·생산·수출까지 전 과정에서 기업이 부담하는 규제를 국제기준에 맞춰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주요 과제는 현장 규제 개선과 허가·심사 기준 정비, 신기술 분야 규제지원 등 3개 분야 6개 과제로 구성됐다.
현재는 품목허가가 완료된 이후 허가사항에 따라 제조한 의약품만 판매할 수 있어 허가 신청이나 제조공정 검증 등을 위해 미리 생산한 의약품은 최종적으로 허가를 받더라도 폐기해야 한다.
식약처는 앞으로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을 준수하고 제조공정 검증을 완료한 제품에 대해서는 허가 전 제조 물량도 판매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다만 최종 허가사항과 동일하게 제조됐는지 등 판매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구체적인 관리방안도 마련한다.
이를 통해 제약사는 품목허가 이후 판매용 의약품을 새로 생산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식약처는 의약품의 시장 공급을 앞당겨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CDMO 산업을 위한 별도의 수출 지원체계도 구축한다. 세계 최초로 제정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기업 등의 규제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12월31일 시행되면서 수출제조업 제도가 신설되고 GMP 인증의 법적 안정성 확보와 원료물질 정부 인증이 추진된다.
CDMO는 제약사 등으로부터 의약품의 개발과 생산을 위탁받는 사업이다. 국내에서 제조한 의약품을 해외 제약사에 공급하는 사업 특성상 수출국의 규제요건을 충족하고 제조·품질관리 역량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료물질 정부 인증제도도 도입한다.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사용하는 원료물질에 대한 정부 인증체계를 마련해 국내 원료 생산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국산화를 촉진한다는 구상이다.
제네릭 허가·심사 기준도 제품별 특성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개선한다. 현재는 제네릭 허가 과정에서 생물학적 동등성시험 자료 제출이 의무화돼 있지만 앞으로는 성분과 제형에 따라 일부 자료를 면제하거나 다른 시험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수용성 주사제처럼 기존 의약품과의 동등성이 명확한 제품은 입증자료 제출을 면제하고, 안연고제는 제품 특성에 적합한 대체 시험을 인정하는 방식이다. 모든 제네릭에 동일한 시험기준을 적용하기보다 의약품 특성에 맞춰 동등성을 입증하도록 심사체계를 정비한다는 취지다.
일반의약품의 허가·심사 부담도 줄인다. 현재는 일반의약품 개발 과정에서도 전문의약품과 유사한 수준의 심사자료를 요구하지만, 앞으로는 투여경로가 같으면서 제형이 다른 일반의약품에 대해 제출자료를 간소화한다. 예를 들어 연고를 크림으로 바꾸는 등 제형만 일부 변경한 일반의약품에 대해서는 약리작용과 부작용 특성을 고려해 제출자료 범위를 조정할 방침이다.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에 대해서는 별도의 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현재는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AI 기술을 활용했을 때 적용할 구체적인 평가기준이 부족해 기업이 허가·심사 과정에서 요구되는 자료와 평가방식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식약처는 AI 활용 의약품에 대한 심사기준을 구체화해 개발 과정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신약개발 기간과 비용 절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AI와 소프트웨어 등 디지털 기술이 의약품과 결합한 디지털융합의약품에 대한 규제지원도 확대한다. 식약처는 제품별 특성에 맞춘 공동대응팀을 구성하고 허가·심사를 통합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할 예정이다. 또 디지털융합의약품의 임상시험 설계 가이드라인과 통합심사를 위한 표준 업무절차서를 마련해 기업이 개발 초기부터 필요한 규제요건을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앞으로도 현장과 소통하며 국제기준에 맞는 규제환경을 조성하고, 더 나아가 바이오 신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규제를 선도하는 리더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선제적 규제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