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보다 영유아에게 흔한 감염병으로 알려진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감염증'이 최근 고령층을 중심으로 성인에게서 빠르게 늘면서 경각심이 고조된다. 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RSV 감염증으로 입원환자(6710명)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층이 49.2%에 달했다. 2022년 5.2%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RSV 감염증이 더는 영유아만의 질환이 아니란 얘기다.
과연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고, 성인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박세윤 한양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성인 RSV 감염증에 대해 알아본다.
천식·COPD 환자, RSV 감염 후 증상 심해져
RSV(Respiratory Syncytial Virus)는 뉴모비리데과에 속하는 급성 호흡기 감염 바이러스로, 일상에서 접하기 쉬운 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는 부엌 조리대, 장난감, 수건, 담요, 이불, 사용한 휴지 등과 같은 물건에 묻은 채로 몇 시간 살아남는데, 이때 사람이 접촉하면 감염될 수 있다.
이 바이러스는 몸속에서 2~8일 잠복했다가 재채기·코막힘·콧물·인후통·발열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대부분은 감염 후 1~2주 만에 회복하지만, 영유아·어르신에겐 심각한 합병증을 남길 수 있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병이 진행하면 매우 빠른 속도로 쌕쌕거리거나 호흡하며, 심하게 기침하고, 숨쉬기 어려워하고, 피부색이 청색·회색을 띠며, 먹고 마시고 잠자기 힘들어하는 등 심각한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RSV는 기관지·폐 등 기도 아래쪽(하기도)을 침범해 염증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장기간 흡연으로 폐 기능이 떨어졌거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가 RSV에 걸리면 이미 손상된 폐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수 있어 위협적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RSV로 입원한 60세 이상 고령환자 가운데 기존 천식 환자의 50%, COPD 환자의 80%가 입원 기간 천식· COPD 증상이 악화했다. 실제 RSV 감염증으로 입원하거나 산소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중증화할 위험은 일반인보다 천식 환자가 2~4배, COPD 환자는 3~13배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비만 환자도 RSV 감염에 취약하다. 비만할수록 당뇨병·고혈압·심혈관질환·수면무호흡증 등 여러 만성질환을 동반한 경우가 많은데, 성인 대상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과 심부전, 관상동맥질환, 말기 콩팥병 등 환자가 RSV에 감염되면 일반인보다 입원할 위험이 더 컸다.
이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체질량지수(BMI) 40 이상의 고도비만, 만성 심혈관질환과 말기 콩팥병, 장기 손상이 동반된 당뇨병 등을 중증 RSV 감염증을 일으키는 위험요인으로 지목했다.
문제는 아직 이 바이러스를 직접 제거하는 특이적 치료제가 없어 의료기관에선 해열제 투여, 수액주사, 산소 치료 등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치료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특히 고령자와 만성질환자는 감염 후 폐렴이 나타나거나 입원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있어 사전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50세 이상 성인, RSV 백신 접종 고려해야
RSV 감염증은 10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유행하는데, 독감 유행 시기와 겹친다. 이에 전문의들은 RSV 고위험군 성인에 해당한다면 독감 백신과 RSV 백신 동시 접종을 권장한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는 '2026년 천식 치료지침'에서 75세 이상 모든 성인, 50~74세 중증 RSV 고위험군에 백신 1회 접종을 권고했다. 영유아에서는 출생 후 예방 항체를 직접 투여하는 방식이 활용되며, 성인과 임부를 위한 RSV 백신도 잇따라 허가됐다.
현재까지 성인용 RSV 백신은 GSK의 '아렉스비', 모더나의 '엠레스비아', 화이자의 '아브리스보'가 국내에서 허가받았다. 제품별 허가 연령, 고위험군 범위, 백신 플랫폼, 임부 접종 가능 여부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화이자의 아브리스보는 지난 8월 허가돼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실제 접종되는 성인 RSV 백신은 아렉스비다. 아렉스비는 60세 이상 성인, RSV 하기도질환 위험이 높은 18세 이상 성인에게 1회 접종하도록 허가됐다. 2024년 12월 6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처음 허가된 뒤 지난해 11월 50~59세 고위험군, 올해 7월엔 18~49세 고위험군까지 적응증이 확대됐다.
다만 국내에서 품목허가를 받았다는 것과 국가가 접종 비용을 지원한다는 것은 다른 의미다. RSV 백신은 현재 독감이나 코로나19 백신처럼 국가예방접종사업에 포함돼 있지 않아 접종 비용을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또 RSV가 4급 법정 감염병이라는 건 표본감시를 통해 발생 양상을 관리한다는 의미이지,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백신 접종을 의무적으로 권고·지원한다는 뜻은 아니다. 따라서 RSV 백신 접종 여부는 나이, 기저질환, 치료 상태, 개인별 중증 위험도를 바탕으로 의료진과 상담해 결정하는 게 권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