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의 혈압 관리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해외에서 벤치마킹 대상으로 한국을 꼽는 이유다. 하지만 정작 혈압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할 '고혈압 고위험군'에선 혈압 관리에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팩트시트 2026(Korea Hypertension Fact Sheet 2026)'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의 31%인 1361만명(남자 731만명, 여자 630만명)이 고혈압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가운데 자신이 고혈압에 해당한다고 알고 있는 비율(인지율)은 75%, 실제 치료받는 비율(치료율)은 72%, 치료자 가운데 수축기·이완기 혈압을 정상 범위(140/90㎜Hg 미만)로 조절하는 비율(조절률)은 77%였다.
이번 팩트시트는 이 학회 고혈압역학연구회가 국민건강영양조사(1998~2024년),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2002~2024년)를 분석한 것으로, 고혈압 유병 규모와 관리 수준, 의료이용 및 약물치료 현황 등을 집계했다.
분석 결과, 2024년 고혈압으로 의료서비스를 이용한 사람은 1225만명이며, 1156만명이 치료제를 처방받았다. 이는 2002년(각각 303만8000명, 252만3000명)보다 각 4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또 2024년 치료를 '꾸준히' 받은 사람은 863만명으로, 2002년(606만명)보다 257만명 더 늘었다.
고혈압 치료자의 60%는 2제 이상 약물요법을 사용했으며, 72%는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당뇨병 치료를 함께 받고 있었다.
이번 팩트시트에서 주목할 점은 올해 '고위험군의 혈압 관리 실태'가 추가된 것이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심뇌혈관질환·당뇨병·만성콩팥병 등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는 고위험군으로 분류했다.
그랬더니 혈압이 정상범위(수축기혈압 130㎜Hg 미만이면서 이완기혈압 80㎜Hg 미만)인 비율은 심뇌혈관질환 유병자의 49%, 당뇨병 유병자의 52%, 만성콩팥병 유병자의 50%로 거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특히 고혈압 또는 고혈압 전단계에 해당하는 사람 가운데 심뇌혈관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경우, 혈압이 이 기준을 충족하는 비율은 27%에 불과했다.
전체 고혈압 치료자 중 40%는 단일 제제, 44%는 2제 요법, 16%는 3제 이상 병합요법으로 치료받고 있었다. 고혈압 치료자의 78%가 안지오텐신차단제, 62%가 칼슘통로차단제, 21%가 이뇨제, 15%가 베타차단제를 처방받았다. 고혈압 치료자의 72%는 이상지질혈증·당뇨병을 함께 치료받았으며, 고혈압 단독치료자보다 이상지질혈증·당뇨병 동반 치료자에서 2제 이상 병합요법 분율이 더 높았다.
김현창 대한고혈압학회 역학연구회장(연세의대 교수)은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고혈압 관리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해 국제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다른 나라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정도"라면서 "팩트시트 같은 국가 단위 데이터를 통해 관리 실태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새로운 문제를 파악하는 게 성공적인 고혈압 관리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김광일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서울의대 교수)은 "심뇌혈관질환·당뇨병·만성콩팥병 등을 동반한 고위험 고혈압 환자에게는 수축기혈압 130㎜Hg 미만, 이완기혈압 80㎜Hg 미만의 보다 적극적인 혈압 조절이 필요하다"며 "이들 질환의 유병자 중에서 해당 혈압 기준을 충족하는 비율이 절반 정도에 불과한 만큼, 복합제를 활용한 약물치료 강화 등 의료진의 적극적인 진료와 환자의 지속적인 혈압 관리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