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업체 샤오펑이 알리바바 등 투자자들로부터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 투자를 위해 우리 돈 약 1조2500억원을 조달했다. 여기엔 회사 오너를 포함한 핵심 경영진 개인 자금 약 1400억원도 포함됐다. 전기차를 넘어 자율주행과 로보택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을 아우르는 '피지컬 AI 기업'으로 전환해 중국판 테슬라로 도약하려는 포석이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샤오펑의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도고틱스는 최근 신규 주식 발행을 통해 9억달러(약 1조2500억원)를 조달했다. 이번 투자를 통해 도고틱스의 기업가치는 63억달러(약 8조7000억원)로 평가됐다. 샤오펑은 이번 자금 조달 관련, "중국 로봇업체가 유치한 단일 사모투자 가운데 역대 최대규모"라고 설명했다.
9억달러 가운데 알리바바와 텐센트홀딩스, IDG캐피털, 가오룽벤처스 등 투자자들은 도고틱스에 총 6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샤오펑 자체 투자금 2억달러도 포함됐다. 허샤오펑 샤오펑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주요 경영진은 개인 자금 1억달러를 투입한다.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샤오펑은 적자 규모가 불어나는 상태다. 올해 2분기 전년보다 손실 규모가 179% 확대된 13억4000만위안(약 275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연구개발비가 같은 기간 32.1% 급증한 영향이다.
허 CEO는 "샤오펑이 중국에서 가장 가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기업 가운데 하나를 구축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피지컬 AI 분야의 세계적인 선도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믿는다"며 "중국과 해외에서 첨단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 기술의 대규모 상용화를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로봇 기술의 추가 개발과 양산시설 구축, 해외시장 진출 강화에 사용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샤오펑은 지난 7월 올해 말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을 월 1000대 이상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말 출고하는 첫 번째 휴머노이드 로봇 '아이언'은 우선 중국 내 샤오펑 전시장에서 판매 보조원으로 배치된다.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은 내년부터 상업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샤오펑이 적자 확대에도 로봇 투자를 강화하는 것은 휴머노이드를 전기차와 자율주행 사업 과정에서 축적한 AI(인공지능), 반도체, 센서, 구동 기술을 재활용할 수 있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보기 때문이다. 중국 전기차 시장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전기차 제조업체를 넘어 테슬라와 같은 피지컬 AI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전략도 반영됐다.
전기차만 팔아서는 가격경쟁에 고전할 우려가 크지만 전기차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을 로봇으로 확장하면 기술기업으로 평가받을 수 있단 셈법이다. 비슷한 이유에서 샤오펑 외에 다른 중국 전기차 기업도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
체리자동차가 육성한 로봇기업 아이모가는 휴머노이드 로봇 '모닝'을 자동차 전시장과 유통 서비스 현장에 배치하고 있다. 아이모가는 2025년 1월 설립 이후 전 세계에 3000대 이상의 로봇을 공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최대 전기차업체 BYD도 자체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중이다. 지리자동차는 지난 4월 베이징모터쇼에서 AI 이족보행 로봇을 전시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해 12월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샤오펑의 아이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앞으로 중국 기업들이 테슬라와 함께 세계 로봇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하이 소재 금융자문회사 인테그리티의 딩하이펑 컨설턴트는 "이번 투자 자금은 샤오펑이 첨단 로봇 생산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샤오펑은 단순한 모방자가 아니라 전기차와 로봇 분야에서 테슬라에 도전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