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보다 마벨에 거는 기대…AI주 반등 촉매냐, 경고음이냐[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6.08.26 18:05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AI(인공지능) 수혜주 대부분이 지난 6월 초중순에 고점을 찍은 뒤 두달 이상 약세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월의 급격한 조정은 멈췄지만 주가는 등락을 반복하며 정체된 모습이다.

아이셰어즈 세미컨덕터 ETF(SOXX) 올들어 추이/그래픽=이지혜

인베스터플레이스의 수석 투자 애널리스트인 루크 랑고는 "글로벌 X 인공지능(AI)&테크놀로지 ETF(AIQ), 반에크 세미컨덕터 ETF(SMH), 아이셰어즈 세미컨덕터 ETF(SOXX),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QQQ) 등 주요 AI 관련 벤치마크 ETF 모두가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대략 3개월 반 전과 비슷한 주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이것이 추가 하락을 앞둔 움직임이 아니라 돌파에 앞서 에너지를 축적하는 과정이라고 본다"며 26일 장 마감 후(한국시간 27일 오전 5시 이후)에 나오는 엔비디아의 실적이 AI 수혜주의 돌파를 촉진하는 촉매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엔비디아는 S&P500지수 내 비중이 7%를 훌쩍 웃돌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 엔비디아의 실적은 AI 인프라 수요가 강력하게 유지되고 있는지 가늠하게 해주는 바로미터다. AI산업에서 다른 기업들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고 해도 엔비디아는 여전히 AI 수혜주를 이끌며 증시 전체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

하지만 이번에는 엔비디아보다 시가총액이 훨씬 작은 마벨 테크놀로지의 실적이 최근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AI 수혜주를 되살리는데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마벨은 엔비디아보다 하루 늦은 27일 장 마감 후에 실적을 내놓는다.

비르투스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조 테라노바는 25일(현지시간) CNBC와 인터뷰에서 "AI 투자 열풍에는 아드레날린 주사가 필요하다"며 "마벨은 분명 이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으로 앞으로 AI 투자 전망이 궁극적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매우 의미 있는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 올들어 주가 추이/그래픽=이지혜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도 "엔비디아의 실적은 오랫동안 AI 붐의 핵심 촉매였지만 이번에는 다른 반도체 회사의 실적이 흔들리고 있는 AI 거래를 되살리는데 더 중요할 수 있다"며 마벨을 지목했다.

엔비디아는 이미 데이터센터용 GPU(그래픽 처리장치) 시장에서 지배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마벨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이 기존 엔비디아 GPU에서 자체 맞춤형 칩으로 눈을 돌리며 수혜를 입고 있는 기업이다. 잠재력 측면에서 마벨이 좀더 매력적일 수 있다는 평가다.

배런스는 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월 대만 컴퓨텍스에서 다음으로 시가총액이 1조달러를 넘어설 수 있는 반도체 기업이 마벨이라고 언급했던 점을 상기시키며 마벨이 이제 AI 호황의 중심이라고 지적했다. 마벨의 시가총액은 현재 2110억달러다.

마벨이 엔비디아보다 더 기대를 받는 이유는 3가지다. 첫째는 엔비디아를 능가하는 압도적인 주가 상승률 때문이다. 마벨 주가는 올들어 183% 급등했다. 반면 엔비디아 주가는 올들어 14% 오르는데 그쳤다.

투자자들은 여전히 실적이 고성장을 계속하고 있지만 이미 성숙한 기업으로 인식되며 주가 상승세가 둔화된 엔비디아보다 마벨에 더 열광하고 있다.

마벨 테크놀로지 올들어 주가 추이/그래픽=이지혜

둘째는 마벨이 데이터센터 내 칩들을 서로 연결해주는 광학 네트워킹 기술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AI 데이터센터의 성능을 높이려면 칩뿐만 아니라 칩과 서버를 연결하는 고속 네트워킹 및 광학 기술도 중요하다.

이 때문에 엔비디아는 올초 마벨에 20억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하고 마벨의 맞춤형 칩과 네트워킹 기술을 엔비디아의 AI 생태계에 연결하는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셋째는 브로드컴처럼 빅테크 기업들의 맞춤형 AI 칩을 설계한다는 점이다. 마벨은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구글도 맞춤형 칩 고객으로 확보했다. 마벨은 지난주 구글과 최대 1200억달러 규모의 매출이 발생할 수 있는 초대형 맞춤형 칩 개발 계약을 맺었다.

다만 엔비디아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24배인 반면 마벨은 58배로 상당히 고평가돼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높은 밸류에이션은 향후 성장 전망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반영한다는 의미에서 현재 주가가 과열 구간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마벨의 이번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거나 매출 가이던스가 예상보다 보수적으로 제시될 경우 마벨 주가를 넘어 AI 수혜주 전반에 조정이 초래될 수도 있다. 마벨의 실적이 AI 랠리의 '되살림 촉매'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경고 신호'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아울러 엔비디아가 연 매출이 2000억달러가 넘고 브로드컴이 600억달러를 웃도는 반면 마벨은 82억달러에 불과해 체급상 격차가 극명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특히 마벨은 매출 규모가 6배 이상 큰 인텔보다도 시가총액이 높아 향후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상당 부분 선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26일 장 마감 후에는 엔비디아 외에도 사이버 보안업체인 크라우드스트라이크와 고객관리 소프트웨어 회사인 세일즈포스, PC 제조업체인 HP 등이 실적을 내놓는다.

26일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오후 9시30분)에는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가장 중시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7월 데이터가 발표된다.

다우존스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7월 PCE 물가지수는 전월비 0.1%, 전년비 3.6% 올랐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비 상승률은 지난 6월의 3.7%에 비해 0.1%포인트 둔화된 것이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는 전월비 0.2%, 전년비 3.3% 올랐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월비 상승률은 지난 6월의 0.1%보다 높아진 것이고 전년비 상승률은 지난 6월의 3.3%와 동일한 것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