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과 티베트(중국) 대홍수의 배경으로 기후위기가 지목된 가운데 역대 최대로 강한 수준의 '슈퍼 엘니뇨'가 발생, 중남미를 비롯해 전세계가 충격을 받을 거란 우려가 커진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태평양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 높은 상태로 수개월가량 지속되는 기상 현상이다. 6월 이미 시작된 엘니뇨는 파나마 운하 통과 비용과 칠레의 구리 생산량에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아시아의 쌀농사까지 경제사회 전 영역에 파장을 줄 전망이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인공위성과 해양 부표의 데이터를 관찰하는 과학자들은 이번 엘니뇨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며, 특히 2027년은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 태평양에서 분출된 열기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와 더해지면서 해수면 온도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인디애나대학교의 크리스토퍼 칼라한 기후학자는 "이번 현상이 수십 년 만에 가장 강력한 이벤트가 될 것이라는 매우 명확한 신호가 있다"며 "이는 이에 상응하는 매우 심각한 경제적 후폭풍이 따를 것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칼라한의 연구에 따르면 엘니뇨 현상은 특히 열대 지역 경제권에 수조 달러 규모의 소득 손실을 불러올 수 있다.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로 지구가 더욱 뜨거워지고 일부 극단적 기상 현상이 이미 심화하고 있어 앞으로 엘니뇨의 여파가 더욱 치명적일 것으로 관측한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정세 불안부터 가뭄으로 바짝 마른 유럽 라인강에 이르기까지 이미 타격을 받고있는 글로벌 물류에 엘니뇨는 또 하나의 거대한 장벽을 세운다.
파나마 운하는 배 한 편이 통과할 때마다 5000만갤런(1갤런은 약 3.78ℓ)의 물이 소실되기 때문에 주요 저수지인 가툰 호수로부터 물을 공급받는다. 엘니뇨는 이 지역에 극심한 가뭄을 몰고 왔다. 지난 5~8월 사이의 강수량은 과거 평균 대비 34%가량 낮았다. 가뭄이 더 심해지기 전에 통과하려는 선박들이 몰리면서 가장 큰 통문을 이용하기 위한 평균 입찰 가격은 약 80만달러(약 11억원) 수준에서 최근 몇 주 사이 250만달러(약 35억원)까지 치솟았다. 시장조사 기관 CRU의 분석가들은 엘니뇨와 관련된 건조한 날씨가 이미 파푸아뉴기니 주요 광산의 강상 물류 수송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지역에서는 과도한 강수량이 문제다. 칠레의 구리 생산 업체인 안토파가스타는 지난달 폭우로 로스 펠람브레스 광산 조업이 중단되자 생산량 전망치를 낮췄다. 이미 공급이 빠듯했던 구리 시장의 가격 상승 압력을 높였다. 전력망 확충과 데이터 센터 증설에 따른 폭발적인 수요로 구리 가격은 연일 신고가를 경신 중이다. 2023~2024년 엘니뇨 때엔 가뭄으로 잠비아의 수력 발전이 차질을 빚으면서 구리 생산 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
경제학자들은 세계 경제가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의 늪에 빠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엘니뇨 영향으로 가뭄이 닥치면 곡물 가격이 상승, 특히 아시아 신흥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글로벌 생산 체계를 위축시키면서 성장마저 둔화시킬 수 있단 경고다.
최근 블룸버그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엘니뇨로 인한 가뭄 이후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의 소비자 물가는 거의 2%포인트(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모나시대학교의 앤드류 워킨스 기후학자는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쌀농사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