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국민 과반, EU 가입협상 재개 반대…"동맹보다 어업주권"

백소희 기자
2026.08.31 08:38

EU 확대 전략에 제동, 최소 2028년까지 중단
유럽 극우 정당 '환영'

(베를린 AFP=뉴스1) 김경민 기자 = 아이슬란드 국기(왼쪽)와 유럽기. 2018.3.19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베를린 AFP=뉴스1) 김경민 기자

아이슬란드 국민 과반수가 유럽연합(EU) 가입 협상 재개에 반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동맹 강화보다는 어업 주권을 지키는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30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아이슬란드 국민 약 53%가 13년 전 중단된 EU 가입 협상재개에 반대했다. 찬성은 약 47%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아이슬란드 EU 가입 논의는 최소 2028년까지 중단된다. 협상 재개를 지지해 온 크리스트룬 프로스타도티르 총리는 "이번 정부 임기 내에는 가입 협상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번 투표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아이슬란드 정부는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프로스타도티르 총리는 부결 결과보다 80% 넘는 투표율에 주목했다.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강조했다. 아이슬란드 공영방송 RUV에 따르면 이번 투표율은 82.5%로, 심각한 재정위기가 닥쳤던 2009년 4월 총선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이슬란드는 2009년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후 EU 가입을 신청했으나 2013년 당시 정부의 반대로 협상이 중단됐다.

"트럼프 위협에 EU 필요" vs "주권 지켜"

아이슬란드에서는 이번 투표를 앞두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영유권 주장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인접한 국가들이 강대국과 지정학적 마찰을 빚으면서 EU와 같은 강력한 동맹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주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했다.

아이슬란드 어업계는 EU 가입에 강하게 반대했다. EU 회원국들은 어업 자원을 공동 관리하게 되는데 어업은 아이슬란드 핵심 산업이자 국민 정체성과도 깊이 연결돼 있다. AFP에 따르면 업계 기업의 90%가 반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르타 코스 EU 확대 담당 집행위원은 투표를 앞두고 "회원국들이 아이슬란드 어업·농업 분야의 특수성에 대해 창의적인 해법을 찾을 용의가 있다"며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EU는 당초 아이슬란드의 가입 성공을 통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국가들의 추가 가입을 유도할 방침이었다. 또 북유럽에서 EU의 영향력을 넓히고 나아가 초부유국이자 EU 비회원국인 노르웨이에 대한 인식 변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EU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확대 전략을 펼쳐왔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신규 회원국은 2013년 크로아티아가 마지막이다.

안토니오 코스타 EU 집행위원장은 "민주적 선택을 전적으로 존중한다"면서도 "아이슬란드는 EU의 가장 가깝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중 하나"라고 밝혔다.

유럽 극우 정당 지도자들은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 프랑스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등은 EU 중앙집권화를 반대하면서 각 나라가 독립적인 주권을 유지하고 필요할 때만 협력하는 유럽 질서를 주장해왔다. 영국 브렉시트를 주도했던 영국 개혁당(Reform UK)의 나이젤 패라지 대표는 X에 "아이슬란드가 독립을 지키기로 한 것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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