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아침 출근길에 나는 열차에서 테이블을 공유하는 어색한 4인승 좌석에 앉았다. 맞은편에는 전형적인 직장인이 앉아 있었다. 30대 초반, 면바지에 드레스 셔츠, 때 묻은 하얀 스니커즈, 조금 헝클어진 머리에 귀에는 에어팟을 꽂고 맥북 화면의 불빛에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30분이 넘도록 나는 그 젊은 남자의 전화 통화를 들었다. 그는 듣기 괴로울 만큼 단조로운 말투로 EBITDA, 마진 확대 가능성, 비용 구조, ARR 따위를 시시콜콜 설명했다. 열차의 브레이크가 끼익 소리를 내며 종착역 도착을 알릴 때까지 그는 끝없이 말을 이어갔다. 주위 사람들이 모두 내리려고 부산스레 움직이기 시작할 때, 남자는 황급히 옆에 둔 가죽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흥미롭군! 대체 뭘 꺼내려는 걸까. <아주 작은 습관의 힘>? 게리 비(Gary V)의 사진 액자? 오픈클로(OpenClaw)가 구동되는 맥 미니?
어느 것도 아니었다. 그가 꺼낸 것은 기다란 뜨개바늘 두 개였다. 바늘 사이에는 소복한 분홍털실 더미가 달려 있었다. 조카에게 줄 겨울 모자를 뜨고 있다고 그가 설명했다. 그날 아침 처음으로, 그의 눈빛에 뿌듯함과 생기가 비쳤다.
털모자는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뭔가를 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었다.
요즘 주변의 지식노동자 동료들에게서 이런 말을 점점 더 자주 듣는다. 도예나 그림, 코바늘뜨기 같은, 옛날식 아날로그 취미를 시작하고 싶다는 사람들이다. 카페에서, 불빛이 희미한 바(bar)의 구석에서, 전문직 종사자들이 모여 앉아 "사라져 버리고 싶다", "어디 시골 농장에 가서 살고 싶다", "세상과의 연결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서로 털어놓는다. 그저 허황된 공상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의 삶에서 벗어나려는 탈출의 비전이며, 그것을 나누는 목소리에는 깊숙이 깔린 실존적 불안, 즉 일과 출세 지향적 삶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배어난다. 이 회의는 갈수록 많은 이들이 겪는 것으로 보이는 한 가지 경험에서 기인한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자신이 실존의 벼랑 끝에 서 있고, 그와 함께 불현듯 지식 노동이 무의미하다는 생각, 아니 어쩌면 그것은 애초부터 줄곧 무의미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엄습하는 경험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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