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쳐다보기만..." 입 꾹 닫고 손가락질? 말 없는 젠지, 진짜였다

"왜 쳐다보기만..." 입 꾹 닫고 손가락질? 말 없는 젠지, 진짜였다

김유빈 기자
2026.09.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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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세 미만, 대화량 감소 두드러진 연구결과

소셜 미디어 '틱톡'에서 'GenZ Stare'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밈 영상들./사진=틱톡 캡처
소셜 미디어 '틱톡'에서 'GenZ Stare'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밈 영상들./사진=틱톡 캡처

"아메리카노 하나 주세요." (손님)

"…" (직원)

밀레니얼 세대 손님이 주문을 던지자 Z세대 카운터 직원이 멍한 표정으로 가만히 바라본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직원은 입을 열지 않은 채 손가락으로 카드 리더기를 슬쩍 가리킨다.

약 1년전 숏폼 플랫폼 틱톡에서 유행한 '젠지 스테어(Gen Z Stare) 밈이다. Z세대가 대답하지 않고 바라보기만(스테어) 한다는 뜻의 '젠지 스테어'는 어색한 소통 방식을 희화화한 걸로 여겨졌다. 최근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실제 말수가 줄었다는 분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3일(현지시간) 미주리주립대 연구진의 논문을 인용해 사람들의 하루 대화량이 매년 약 300단어(시간 기준 2~3분)씩 감소했다고 전했다. 2005년부터 2019년까지 14년간 일일 대화량은 28% 줄었고 이 같은 감소세는 25세 미만 연령층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서울=뉴시스]  27일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2026 서울 카페&베이커리페어 시즌2’에서 관람객들이 무인 카페 키오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2026.08.27./사진=김명년
[서울=뉴시스] 27일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2026 서울 카페&베이커리페어 시즌2’에서 관람객들이 무인 카페 키오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2026.08.27./사진=김명년

전문가들은 스마트폰과 키오스크 등 비대면 기술 발달이 대화 필요성을 없앴다고 지적한다. 과거에는 길을 묻거나 주문을 하는 등 일상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구어체 대화가 필수였다. 그러나 이제는 입을 열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다.

국내에서도 이런 '무언(無言) 소통' 환경이 빠르게 정착했다. 식당 테이블 오더와 키오스크, 배달 앱이 보편화되면서 낯선 이와 말 한마디 섞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일이 일상이 됐다.

팬데믹과 마스크가 만든 포커페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등교가 5차례나 연기되며 80일 만에 등교 수업이 시작된 20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교실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앉아있다. 2020.5.20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등교가 5차례나 연기되며 80일 만에 등교 수업이 시작된 20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교실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앉아있다. 2020.5.20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코로나19 기간 비대면 수업을 받으며 대면 사교 시기를 놓친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마스크 착용으로 상대방의 얼굴 표정과 비언어적 신호를 읽는 법을 익히지 못한 영향도 더해졌다.

영국 심리학 전문 매체 '올 어바웃 사이콜로지'는 팬데믹 기간 마스크 착용으로 눈만 보고 감정을 읽던 습관이 남으면서 무표정이 '기본값'으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대만 국립핑둥대 연구진이 지난달 7일 발표한 안구 추적 연구에 따르면 팬데믹 시절 마스크 환경에 노출된 아이들은 입보다 눈 영역에 시선을 고정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런 시선 습관과 무표정은 마스크를 벗은 뒤 2년이 지난 후에도 그대로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불안감이 높아진 젊은 층이 실수를 줄이고 감정 에너지를 아끼려 포커페이스를 유지한다는 심리학적 해석도 나온다. 소셜 미디어 등 화면 노출 시간이 늘면서 어색한 표정이 찍히지 않도록 무표정을 유지하게 된 결과라는 지적이다.

예의 아닌 인지 기능 차원의 문제

젠지 스테어를 향한 해석은 다양하다. 무례하거나 가벼운 대화를 싫어하는 증거로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불안감을 느껴 어떻게 답할지 모르는 당황한 모습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발레리아 파이퍼 미주리주립대 언어심리학 교수는 "내가 자란 곳에서는 길을 걷다 낯선 사람을 만나면 인사를 해야 했다"며 "이제는 누군가에게 말을 걸지 않는 것이 예의 바른 행동이라는 쪽으로 규범이 바뀌기 시작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문제는 실시간 대화 감소가 단순한 소통 방식 변화를 넘어 인지 기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파이퍼 교수는 실시간 대화가 뇌 근육을 조절하며 상대의 반응을 즉각 해석해야 하는 복잡한 인지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자나 키오스크는 대화 부담을 덜어주지만 낯선 이와의 작은 대화조차 사라지면서 뇌를 단련하고 사회적 연결감을 느낄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얼굴을 보며 하는 대화는 뇌를 자극하는 인지 운동이자 사회적 소속감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활동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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