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입증하라" "기다린다" 美 또 압박…이란 "개입시 공격간주"

뉴욕=심재현 특파원, 백소희 기자
2026.09.06 06:30

[미국-이란 전쟁]"우크라에 '천궁' 팔아라"…트럼프 또 안보 청구서(종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호르무즈 해협뿐 아니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대한민국이 지원하길 바라는 속내를 드러냈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4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의 '자산 배치'를 기다린다고 발언했다. 이란 측도 한국의 결정을 주시하고 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압박 사안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넓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만찬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한국 천궁-Ⅱ, 우크라에 매각해야"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마크 티센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의 글을 공유했다. 티센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구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보수 성향 인사로 꼽힌다.

티센은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의 패트리엇 자체 생산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이 칼럼에서 우크라이나의 방공망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국의 재고 물량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티센은 "미국산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의 공급 부족을 해결하려면 '한국판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M-SAM II(천궁-Ⅱ)를 한국 정부가 자국 비축분에서 우크라이나로 매각하도록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압박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티센은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작전 지원 요청을 거절한 한국에 이미 정당한 불만을 갖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요격미사일을 공급해 미국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야말로 한국이 신뢰할 만한 동맹임을 입증하고 동맹 관계를 회복할 최선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티센은 한국이 전시 국가에 대한 무기 수출 금지 원칙을 내세우고 있지만 분쟁 지역인 아랍에미리트(UAE)에 천궁-Ⅱ를 조기 납품한 사례가 있다며 '명분'도 제공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된 북한산 미사일을 상대로 천궁-Ⅱ의 교전 데이터를 확보하면 한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논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칼럼을 공유하면서 별다른 주석을 달지는 않았다. 미국 보수 정가에서는 이미 한국의 방공 자산 활용론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도 지난달 우크라이나의 극심한 미사일 부족 사태를 언급하며 한국산 요격 시스템 제공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천궁-Ⅱ'는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항공기 공격을 정밀 요격하기 위해 대한민국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 전력으로 2024년 전력 배치가 완료됐다.

美 "자원 배치 기다려"-이란 "어떤 행위도 공격으로 간주"
(워싱턴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여행업계 임원들과 회동하고 있다. 2026.9.2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워싱턴 로이터=뉴스1) 강민경 기자

이날 뉴스1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란 파병과 관련해 한국과 논의가 진행 중이냐'는 이 매체 질의에 "한국은 중동 석유의 가장 큰 수입국 중 하나"라며 "우리는 여전히 한국이 이 지역에 자원을 배치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압박 발언에 이어 미 정부도 한국의 결정을 주시하고 있다고 인정한 셈이다. 단 군사 면에서 자원 배치(deploy resources)가 다양한 내용을 담을 수 있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한미가 조율할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자원 배치'는 광범위한 안보 협력, 실제 파병과 같은 군사 자산 배치, 단순한 물자 지원 등 다양한 형태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란의 고위 당국자는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관여할 경우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에 직접 참가하는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한 정치·안보 고위 당국자는 레바논계 친이란 성향 매체 '알마야딘'과 인터뷰에서 "한국이 미군의 불법 작전에 협력하게 하려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고 말했다고 이란 반관영 메흐르통신이 전했다.

이 당국자는 "테헤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에 반하는 한국의 어떠한 행위도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에 직접 참여하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을 향해서는 "이란에 대한 적대적 봉쇄와 경제 전쟁, 미국의 불법적 개입이 계속되는 한 지역의 안보 회복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고심 깊은 靑…"李대통령, 결정된 것 없다 말해"
(앙카라(튀르키예)=뉴스1) 이재명 기자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열린 튀르키예 대통령 내외 주최 공식 환영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7.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앙카라(튀르키예)=뉴스1) 이재명 기자

우리 정부의 고심도 깊다. 앞서 정부와 청와대는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4일 기자들과 만나 "실질적 기여는 군사적 기여를 포함하고 여기엔 전투·비전투 참여 모두 포함된다"며 "'파병'하면 전투로 직결시키거나 대규모 병력으로 보는 인식이 있는데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을 종합하면 이재명 대통령은 같은 날 청와대에서 시민사회 초청 간담회를 갖고 "(호르무즈 기여 논의가) 진척된 건 없다"며 "참여할지 여부가 최종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수송 등 우리나라의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나 몰라라 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6월15일(현지시간) 오만 무산담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들./사진=무산담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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