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기물 국채금리가 20여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이면서 심리적 저항선에 근접했다. 중동 전쟁과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국채 금리 추가 상승에 무게를 두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글로벌 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5.23%를 기록하며 2007년 최고치를 넘어섰다. 이는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5.25%에 바짝 다가선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이 저항선이 뚫리면 10년물 국채 금리가 5.6~5.9%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본다.
30년물 국채 금리는 5.55%로 2004년 이후 가장 높았다. 30년물 또한 저항선인 5.35%를 이미 뚫은 만큼, 5.9~6.25%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 재무부가 두 차례 국채 매입을 단행했음에도 금리 인상을 막지 못했다. 근본적인 원인인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연방 재정 적자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레링 웰스파고 투자 연구소 글로벌 채권전략공동책임자는 "채권 시장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인플레이션이 해결되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며 "이란 분쟁이 갑자기 종식되거나 심각한 경기 침체가 발생하지 않는 한 채권 수익률은 계속해서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채 금리를 자극하는 요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7일 휴전안'을 거절하면서 국제유가가 진정될 기대감이 낮아졌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이 계속해서 항행을 위협하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 후티 반군의 전쟁으로 홍해 항로도 막혔다. 이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이 물가를 자극하면서 투자자들은 국채에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업들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도 원인으로 꼽힌다. 하이퍼스케일러(대형 데이터센터사업자)들이 데이터센터를 경쟁적으로 구축하면서 이들의 채권 발행액은 올해 2470억달러로 2년 만에 12배 늘었다. 글렌미드에 따르면 올해 미국 국채와 회사채 발행액 예상치는 8조달러로 사상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채권 공급이 이를 소화할 자본보다 더 빠르게 늘면서 투자자 우위 금융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추가 긴축을 예상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는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했으나 물가를 잡는 데 충분치 않았다고 시장은 판단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다음 달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0.25%포인트) 이상 인상할 확률은 75%로 예상된다. 12월에 연내 세번째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60%를 넘었다.
이 가운데 추가 금리 상승을 좌우할 주요 지표가 발표된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8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오는 30일 발표된다. 시장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3.7%로 지난달과 같은 수준을 예측하고 있다. 근원 PCE는 전년 동기 대비 3.3%로 예측돼 지난달과 같은 수준이다.
다음달 2일에는 9월 고용보고서가 나온다. 이번 보고서는 연준이 10월 회의 중 검토할 마지막 고용 보고서가 된다. 지난달 고용 지표가 호조를 보인 데 이어 9월 지표가 크게 악화되지 않는 한 연준이 2회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