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시작으로 영국·프랑스·일본까지 글로벌 국채금리가 수십 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란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짙어진 탓이다. 그러나 미국과 달리 유럽은 이를 뒷받침할 경제적 체력이 약해 미국과 양상이 다른 디커플링(비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 세계 채권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연 5.34%까지 올라 2002년 이후 2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프랑스 10년물도 4.96%까지 올라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을 찍었고, 영국 30년물은 장중 6.02%로 1998년 이후 처음 6%를 넘었다.
이후 미국 국채금리는 하락한 반면 프랑스·이탈리아·그리스 국채금리는 급등, 최근 뚜렷해진 미국과 유럽 국채 간 '디커플링' 현상이 확인됐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지난 3월 이후 선진국 전반에서 국채금리가 오른 것은 이란을 둘러싼 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뛰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졌고, 이에 각국 중앙은행이 공격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최근 잇따른 미국의 강한 경제지표도 긴축 압력을 키웠다.
다만 프랑스·영국·일본 등은 정부 부채 부담과 불안정한 정치 상황에 대한 우려가 겹치며 금리가 유독 가파르게 올랐다는 점이 지적됐다. 미국과 달리 유럽 국가들은 고금리를 받쳐줄 경제적 체력 없이 급등하는 금리를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베누아 안 MFS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수석매니징디렉터는 "미국이 과열 국면에 있다는 건 좋은 신호지만 지나칠 수도 있다"며 "미국발(發) 전염 효과 속에 투자자들이 가장 취약한 고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프랑스의 타격이 컸다. 프랑스 10년물은 장중 최대 0.16%포인트(p) 움직여 평소 하루 변동폭의 두 배에 달했다. 프랑스 정부는 내년에 약 500억달러(약 67조8750억원) 지출을 줄이고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낮추겠다고 밝혔지만, 분열된 의회와 임박한 대선을 앞둔 마크롱 정부의 계획에 시장이 회의적인 자세를 취한 것이다.
프랑스의 사정이 나아질 거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가장 안전한 투자처로 꼽혀 온 독일 국채(분트) 대비 프랑스 국채의 가산금리, 이른바 '스프레드'는 목요일 1.4%포인트까지 벌어져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벤저민 슈뢰더 ING 금리전략가는 "시장은 이미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며 "시간은 프랑스 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강제 매도의 악순환이 유럽 국채시장의 급락을 더 키웠다고 말한다. 헤지펀드를 비롯한 투자자들은 최근 수년간 세계 최대 규모인 프랑스 국채시장에 대거 뛰어들어 국채금리와 관련 금리스와프 상품 간 차이를 노리는 거래를 활용해왔다. 프랑스 국채 거래가 어려워지자 투자자들은 이탈리아와 그리스 국채까지 팔았고, 10년 전 유럽을 괴롭혔던 국가부채 문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되살아났다. 유로화는 달러 대비 약 1% 가까이 떨어져 1유로당 약 1.12달러로 1년여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런던의 글로벌 매크로 헤지펀드 알피던스캐피털의 이고르 옐니크 설립자는 과거 금리가 이만큼 높았을 때보다 지금 헤지펀드들이 레버리지(차입금)를 더 많이 쓰고 있고, 국채시장 내 비중도 커졌다고 짚었다. 그는 "경기침체 시나리오이며 과거 위기처럼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매도세는 목요일 다른 금융·외환시장으로도 번졌다. 프랑스 CAC40은 1.6%, 스페인·이탈리아 지수는 2% 넘게 떨어졌다. 높은 국가부채를 안은 일본에서는 장기 국채금리가 1996년 이후 가장 높은 종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