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대 석유회사가 미국-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순이익이 전년 대비 75% 증가하는 등 반사이익을 얻었다. 유가 변동성이 큰 만큼 지출을 늘리기보다 주주환원·재무제표 개선에 집중한다는 게 공통된 방침이다.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엑손모빌·쉘·셰브런·토탈에너지·BP의 올해 상반기 조정 순이익 합계는 750억달러(약 101조원)를 돌파하면서 전년 동기(320억달러) 대비 75% 증가했다.
이란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한 데 따른 것이다. 원유 가격은 전쟁 발발 직전보다 30% 넘게 상승했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면서 전쟁이 발발했던 해에도 5대 석유회사 수익은 125% 늘었다.
석유회사들은 이 같은 수익을 기업 건전성을 높이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이란 전쟁 장기화와 고유가 추세에 대한 전망이 불확실한 만큼 재정 지출은 꺼리는 상황이다.
BP는 이번 분기에 수익을 부채 및 기타 채무 90억~100억달러 감축하는데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맥 오닐 BP 최고경영자(CEO)는 "재무제표를 개선하는 데 집중해야 하며, 표면적인 가격 변동에 너무 얽매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주주환원에 나선 기업도 있다. 앞서 토탈에너지는 지난달 2030년까지 매년 배당금을 인상하고 자사주 매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크 워스 셰브론 CEO는 "예상치 못한 이익은 주주들의 것"이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주들에게 환원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스 CEO는 "지출에 있어서는 매우 엄격한 규율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상밖 수익증대는 투자 압박을 늘리고 인수합병(M&A)을 자극할 수 있다. FT는 "기업 재무 상태가 개선되고 주주 배당금이 증가하면 추가 현금을 석유 및 가스 생산량 증대에 투자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며 "빠른 수익을 가져다주는 프로젝트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다만 유가 변동성이 매수자와 매도자가 간의 가격 협상에 걸림돌이 되는 상황이다. 맥킨지의 마이카 스미스 석유 및 가스 부문 공동 책임자는 "현재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드는 원유 가격이 70달러대로 다시 떨어져 안정세를 유지해야 인수 활동이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