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AI 가치 지킨다" 앤트로픽 창업자 7명 '슈퍼 의결권' 명시

김종훈 기자, 뉴욕=심재현 특파원
2026.10.28 04:00

IPO 투자설명서 분석

AI(인공지능)모델 '클로드'로 성공을 거둔 앤트로픽의 IPO(기업공개)는 여러 면에서 '역대급'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기업가치평가액 2조달러(약 2700조원), 자금조달 1000억달러(약 133조원)라는 규모는 앞서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세운 기록을 뛰어넘는다. 구글, 메타 등 AI 외 여러 비즈니스를 결합한 빅테크(대형 IT기업)와 달리 순수하게 AI모델 개발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 이 정도 성과를 냈다는 점이 이례적이다. 창업자들이 일반의결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독특한 지배구조, 투자기회뿐 아니라 AI 개발의 위험성을 인정하고 이를 강조한 점도 눈에 띈다.

앤트로픽 이미지. /로이터=뉴스1

앤트로픽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투자설명서와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올 상반기 매출 162억8500만달러(약 21조6000억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배 넘게 늘었다. 지난해 연간 매출(46억달러)의 3.5배를 반년 만에 벌어들인 셈이다. 생성형 AI '클로드' 시리즈의 기업용 수요가 급증한 것이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상반기 807억4800만달러(약 107조2000억원)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기존 자금조달 과정에서 발행된 전환사채와 파생상품의 가치변동에 따른 장부상 비현금성 비용 724억달러가 반영된 수치다. 이에 실제 현금유출과는 거리가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장부상 일회성 평가손실을 제외한 조정영업이익은 16억1800만달러(약 2100억원)로 창사 이래 처음 반기 기준 영업이익 흑자를 냈다. 상반기말 기준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총 1124억달러, 단기투자자산은 193억달러를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앤트로픽은 구글 클라우드, 아마존웹서비스 등 빅테크와 앞으로 7~10년 동안 최소 4500억달러(약 600조원) 이상의 취소 불가능한 장기 컴퓨팅 자원 이용계약을 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앞서 AI 속도조절론을 강조한 앤트로픽은 투자설명서에서도 AI가 '생존'을 위해 인간을 속이는 자기보존적 행동으로 인간통제를 벗어나 재앙을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지배구조는

앤트로픽은 다리오 아모데이 CEO(최고경영자) 남매를 포함한 공동창업자 7명으로 구성된 유한책임회사 '파운더LLC'에 회사의결권 50.1%를 가진 클래스F 특별주 1주를 발행할 예정이다. 공익에 기여하는 안전한 AI를 개발한다는 초기창업자들의 뜻을 유지하는 안전장치다. 단, 창업자들이 이사회를 모두 구성하는 것은 아니다.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등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신탁회사 LTBT에 앤트로픽 이사진 과반에 대한 구성권을 갖는 클래스T 특별주 1주를 발행한다. LTBT는 이사선임에만 관여하며 그외 경영판단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LTBT는 총 5명이며 현재 결정된 4명을 제외하고 한 자리가 공석이다. 이들은 △닐 버디 샤 클린턴건강접근성이니셔티브(CHAI) CEO △리처드 폰테인 신미국안보센터(CNAS) CEO △크리스토퍼 스텁스 하버드대 물리학·천문학 교수 △버냉키 의장이며 공중보건분야 권위자인 샤 CEO가 의장을 맡았다.

주요 AI 기업 IPO 비교. /그래픽=김다나

앤트로픽 상장으로 '대박' 난 기업은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구글은 앤트로픽이 발행한 전환사채 33억달러(약 4조3600억원)어치를 전액 상환전환우선주 5600만주로 전환했다. 이 우선주엔 보통주 전환 및 현금매입요구권이 붙었다. 앤트로픽은 지난 2월 자금조달 라운드에서 자사 상환전환우선주가 주당 259달러(약 34만원)에 거래됐다고 밝혔다. 단순계산하면 구글이 가진 지분가치는 145억달러(약 19조1900억원)로 추산된다. 아마존은 앤트로픽 전환사채 62억달러(약 8조2000억원)어치를 보유 중이어서 최소 수십억 달러의 차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CAPEX 감당할 수 있나

앤트로픽은 적어도 2045년까지 컴퓨팅 파워를 확보하기 위한 CAPEX(자본지출)를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집행액수는 밝히지 않았으나 앞으로 5년간 브로드컴의 데이터센터 장비를 임대하는 조건으로 1252억달러(약 165조원)를 지급하는 계약을 했다. 이같은 CAPEX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앤트로픽은 매출액이 급증했고 매출총이익률 또한 올해 상반기 기준 85.4%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상반기 15억1300만달러(약 2조원) 적자를 본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올해 상반기 39억2900만달러(약 5조2000억원)로 흑자전환했다.

AI 위험경고 내용은

앤트로픽은 400쪽에 달하는 투자설명서의 4분의1에 가까운 94쪽을 AI 투자위험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앤트로픽은 "우리 모델을 포함한 AI모델들은 예기치 않은 자기보존적 행동을 보였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며 "AI가 더 많은 자율성을 얻을수록 정렬(인간이 의도한 대로 작동하도록 AI를 훈련하는 절차) 실패 또는 자기보존적 행동으로 인해 불특정 다수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을 독자적으로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AI는 수십 년이 걸릴 과학진보를 수년으로 압축할 수 있다"며 "신약발견과 질병진단, 맞춤형 치료개발이 가속될 것"이라며 의학·과학분야가 AI 수혜를 누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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