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삼킨 세계…연 1조달러 GDP 증발·개도국 피해 커

조한송 기자
2026.10.28 15:36

파리협정 무색해진 온난화 속도… 개발도상국 GDP 최대 3.9% 타격

[부다페스트=AP/뉴시스] 5일(현지 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도심의 말라붙은 다뉴브강 둔치에 앉은 한 남성이 사진을 찍고 있다. 유럽 10개국을 관통하는 다뉴브강은 오랜 가뭄과 폭염으로 그 수위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낮아졌다. 2026.08.06. /사진=민경찬

기후 변화가 건강과 경제 활동에 미치는 악영향이 10년 전보다 훨씬 빠르고 가파른 속도로 악화하고 있다는 글로벌 평가 결과가 나왔다.

27일(현지시간) 의학 학술지인 랜싯에 따르면 폭염과 가뭄을 포함한 여러 주요 건강 위협 요인은 파리 기후 변화 협정 체결 이후 오히려 더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제한하는 국제 협약을 체결하며 지구 온난화 저지에 나섰지만, 상황이 오히려 악화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6~2023년 연평균 온열 관련 사망자 수는 2006~2015년 대비 약 36% 증가했다. 특히 2015년 파리협정 이후 8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300만 명의 온열 관련 사망자가 발생했다. '랜싯 카운트다운' 보건 및 기후 연구 프로젝트의 마리나 로마넬로 사무국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는 폭염으로 인해 8년 만에 웨일스 전체 인구가 쓸려나간 것과 맞먹는 수준이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2023년에만 71만 명이라는 역대 최고치의 온열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그 피해의 70% 이상이 인간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기후 변화로 인한 경제 파급 효과도 분석했다. 특히 온난화가 근로자 생산성을 떨어뜨림으로써 지난 3년 동안 전 세계 경제에 연간 1조달러 이상의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로 각각 국내총생산(GDP)의 3.9%와 3.2%에 해당하는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유럽 GDP가 0.2% 손실, 아메리카가 1.5% 손실을 본 것에 비해 대폭 높은 수치다.

폭염 노출 외에 물과 관련된 위험 역시 커지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육지의 거의 52%가 최소 한 달 이상 극심한 가뭄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기록상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변화는 농작물이나 음용수, 그리고 위생 시설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기감이 고조된다. 현재 진행 중인 엘니뇨 현상은 내년까지 세계 여러 지역의 가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사이먼 스티엘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기후 위기가 인류의 건강에 심각하고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며 "치명적인 폭염과 홍수부터 식량 불안정, 오염, 질병 확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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