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원 참패' 트럼프, 레임덕 수순?...백악관 vs 의회 격돌 예고

유효송 기자
입력 2026.11.04 15:26 수정 2026.11.04 15:38

[美 중간선거]텍사스·사우스캐롤라이나 등서 민주당 예상 밖 승리
관세·감세 등 트럼프 2기 핵심 정책 입법 동력 약화
예산권·인사 인준권·조사권 모두 견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 시간)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AP=뉴시스 /사진=권성근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하는 이른바 '블루쓰나미(Blue Tsunami)'가 현실화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해온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급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해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한 각종 의회 조사와 청문회가 본격화하면서 대통령의 운신 폭이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역시 법안 거부권과 행정명령을 활용해 맞설 것으로 예상돼 백악관과 의회 간 충돌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3일(현지시간) NBC와 CNN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민주당은 하원 권력을 4년 만에 탈환하게 됐다. 상원에서도 민주당은 경합주 개표에서 우위를 이어가며 다수당 지위를 사실상 굳혔다.

민주당이 양원을 모두 장악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입법 단계부터 난관에 부딪힐 전망이다. 가장 직접적인 쟁점은 관세 정책이다. 민주당은 의회 내 무역 관련 상임위원회를 장악해 관세 정책의 경제적 영향을 조사하고, 관세 부과 권한을 대통령에게 폭넓게 위임한 법률을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 아울러 주요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민주당과 협상해야 하는 만큼 대규모 감세를 추진해온 트럼프의 경제 정책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연방정부 예산과 국가부채 한도 협상에서도 민주당의 협상력이 강화된다.

무엇보다 상원까지 민주당이 다수당 지위를 확정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에도 상당한 제약이 생긴다. 미국 상원은 장관과 연방 판사, 대사 등 대통령이 지명하는 주요 인사의 인준 권한을 갖는다. 민주당이 상원 인준 절차를 지연하거나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강화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행정부와 사법부 인선을 추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의회 조사권도 트럼프 행정부에 부담이다. 민주당은 하원 주요 상임위원회를 통해 트럼프 일가의 사업 이해충돌 의혹과 이민자 추방 정책, 행정부의 예산 집행 등을 조사하겠다고 예고했다. 행정부 고위 관계자에 대한 소환과 자료 제출 요구도 가능하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전쟁부) 장관 등 충성파 각료에 대한 탄핵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하원 감독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유력한 로버트 가르시아는 이날 소셜 미디어를 통해 트럼프에게 "변호사를 선임하라"는 경고를 남겼다.

"민주당과 협력하겠다"면서도…거부권 예고

의회 권력 변화에 따른 정국 경색 가능성이 적잖다. 그는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한다면 '미스터 비토'(Mr. Veto·거부권 대통령)가 되겠다면서 "민주당이 추진한 모든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해왔다. 이날도 폭스 뉴스, CBS 등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방침을 재차 밝혀 앞으로 의회와 협의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의회에서 자신의 국정 기조와 배치되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헌법상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률안은 하원과 상원에서 각각 재석·투표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재의결해야 법률로 확정된다.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 다수당을 차지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권력 이동에 대비해 대통령의 독자 권한을 활용하는 방안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백악관이 스티븐 밀러 부비서실장과 러셀 보트 예산관리국장 등을 중심으로 관세와 이민, 주거, 연방정부 지출 분야에서 의회 승인 없이 추진할 수 있는 행정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의회의 입법 동력이 약해지더라도 대통령의 행정명령과 기존 법률에 근거한 행정부 권한을 활용해 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중간선거) 결과를 전적으로 수용할 의향이 있다"면서 "우리는 민주당과 협력할 것이며 협력을 고대한다. 우리는 아마도 뭔가 합의를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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