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상·하원 다수당 지위 상실 전망에 일본 정부 촉각
미·중·러 정상회담 및 북·미 대화 추진에 일본 소외 우려

미국 중간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잃으면서 일본 정부가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에서 돌파구를 찾기 어려워질 경우 의회의 견제가 상대적으로 적은 외교 분야에서 강경책을 꺼내거나 성과를 과시하려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예측 가능성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 지위를 잃으면 예산이나 법안 처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가 좁아지는 반면 외교 분야에서는 여전히 재량권이 크기 때문이다. 일본 총리관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의회가 움직이지 않게 되면 외교·안보 같은 다른 분야에서 에너지를 폭발시키려(분출하려)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외교가 기로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중국·러시아 3국 정상회담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달 중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국·러시아와의 관계가 악화한 일본으로서는 미·중·러가 가까워지는 상황이 달갑지 않다는 게 일본 외무성 관계자의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에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일본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현안에서 일본을 배제한 채 북·미 간 거래가 이뤄지는 상황을 피하고자 한다.
미국의 이란 공격 재개 가능성도 일본의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앞서 이란 공격 과정에서 미군의 무기 등 군사 자산이 중동으로 이동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 '힘의 공백'이 발생했다. 중간선거 이후 미국이 이란 공격을 재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일본으로서는 미국의 역내 안보 관여를 유지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일본은 방위비 증액을 둘러싼 미국의 압박도 경계하고 있다. 일본 총리관저의 또 다른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으로부터 돈을 받아냈다고 말할 수 있도록 압박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3.5%의 방위비 지출을 요구해 왔다. 일본은 올해 안에 예정된 안보 관련 3개 문서 개정 과정에서 5년 내 방위비를 GDP의 3.5%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명시하지 않는 방향으로 미국의 이해를 구할 방침이다. 2027회계연도부터 적용될 주일미군 주둔 경비 분담 문제도 양국이 연내 합의를 목표로 하고 있어 미·일 안보 협의는 중대한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