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요? 클럽 가요" 손에 든 건 의외였다...젠지의 새로운 사교법[트민자]

윤세미 기자
입력 2026.11.08 06:00 수정 2026.11.08 06:00
[편집자주] 트민자는 '트렌드에 민감한 기자'의 줄임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를 들여다봅니다.

독서가 혼자 하는 취미에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사교활동으로 떠올랐다.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책을 읽고 새로운 관계를 맺는 독서 파티가 세계 곳곳에서 확산하면서다.

CNN,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은 최근 함께 읽기 트렌드를 잇달아 조명했다. 일반적인 독서 모임처럼 각자 책을 읽은 뒤 만나 책에 대해 토론하는 게 아니라 서로 같은 공간에서 책 읽기를 즐긴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사진=틱톡

클럽부터 국립공원까지…독서파티 인기

호주에선 '북 두프'라는 이름의 모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 참가자들이 정해진 공간에 각자 책을 가져와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모임이다. 숲이나 사막 등 같은 야외 공간에서 열리는 전자음악 파티인 '부시 두프(Bush Doof)'에서 이름을 따왔다. 두프는 전자음악의 둥둥거리는 비트를 가리킨다. 북 두프는 지난해 10월 첫 행사를 시작한 뒤 멜버른에서 약 12차례, 퍼스에서 3차례 열렸는데, 모든 행사가 매진됐다. 지난 5월 멜버른의 나이트클럽 리볼버에서 열린 모임에는 300명 넘는 참가자가 몰렸다.

글로벌 소셜 모임 플랫폼 '오프라인 클럽'은 독서와 작문, 그림, 보드게임, 공예 등의 모임을 주최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지부는 지난 여름 과학박물관 옥상에서 독서 레이브 파티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한 공간에 모여 DJ가 선곡한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독서를 즐겼다. 밤새 음악에 맞춰 춤추는 레이브와 조용히 책장을 넘기는 독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문화가 새로운 파티 트렌드로 떠오른 셈이다. 오프라인 클럽은 이 행사를 "빅테크에 대한 부드러운 반란"이라고 정의했다. 끊임없이 스마트폰 화면을 넘기는 일상에서 벗어나 책을 읽고 사람들과 직접 교류하며 잊고 지냈던 아날로그적 경험을 되찾자는 취지다.

책을 매개로 한 사교활동은 독서 파티에만 그치지 않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뉴욕의 북클럽 '페이지 브레이크'는 주말 독서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뉴욕주 애디론댁 산맥부터 캘리포니아주 조슈아트리 국립공원 등 다양한 장소에서 행사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원형으로 둘러앉아 한 권의 소설을 돌아가며 소리 내 읽거나 책에서 영감을 얻은 식사를 즐기기도 한다. 플로리다주에서는 여럿이 서점을 순례하는 '북스토어 크롤'도 등장했다.

사진=페이지브레이크 웹사이트

보여주기면 어때?…독서 선순환 기대

독서 파티의 인기는 공동체에 대한 갈증과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임 주최자들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많은 젊은이들이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어 하지만 다음 날 숙취를 남기는 술자리가 아닌 건강한 방식의 만남을 찾고 있다고 설명한다. 책을 읽는 행위에 음악과 식사, 여행을 결합하면 독서 자체를 즐기면서도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선 독서 파티가 책이 상징하는 지적이고 세련된 이미지에 편승하려는 행동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독서 파티에 참가하는 게 되려 소셜미디어에서 해방되기보다 소셜미디어에 올리기 위한 목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북 두프 측은 "그것이 일종의 보여주기라 해도 사람들이 책을 읽는다는 사실 자체를 축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독서·문해력 증진 전문 기관인 내셔널 리터러시 트러스트의 앤드루 에팅거 국장은 "독서 모임은 사람들이 책에 관해 이야기하도록 만들고 이는 다시 독서 욕구를 키우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스스로를 독서 애호가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책을 접하는 다양한 방법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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