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된 도로교통법, 그러나 현실은 ‘도돌이표’

개정된 도로교통법, 그러나 현실은 ‘도돌이표’

고주애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책임연구원
2016.11.16 14:04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법의 사각지대, 그곳에도 희망을]위험한 도로상황

[편집자주]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법의 사각지대를 찾아 그곳에서 벌어지는 문제점을 알리고 더 나아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는 코너로 소외된 곳에 희망을 줄 수 있는 법의 울타리를 함께 모색 해 나아가고자 한다. 1월호부터 아동 놀이터 문제를 시작으로 2월호에서는 다문화 3월호에는 군대 선진화법 4월은 주거문제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다양한 법의 사각지대를 찾아 관련 법 제정까지 확장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자 한다. 11월호에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고주애 책임연구원과 개정된 도로교통법과 그 사각지대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편집자

글쓴이 :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 고주애 책임연구원

[email protected]

▲'옐로우 카펫' 켐페인
▲'옐로우 카펫' 켐페인

◇‘어린이 안전사고’,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

2013년 3월, 청주의 한 여자 아이(3세)가 자신이 다니는 어린이집 통학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은 사건이 있었다. 이를 계기로 2015년 1월 29일,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 기준을 강화한 새로운 도로교통법인 ‘세림이법’이 시행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경기도 광주 어린이집의 4세 남아 사망(2015.3.10), 용인 동백지역 태권도 학원차량에 의한 6세 여아 사망(2015.3.30), 용인 어린이집의 4세 여아 사망(2016.4.14.) 등 통학 및 체육관 차량에 의해 죄 없는 어린이들이 생을 마감하는 사고들이 이어졌다. 이는 모두 보호자가 동승하지 않았거나 보호자의 안전관리 소홀 등으로 발생한 사건들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으나, 아동 보행 중 일어난 교통사고 사상자 수는 4,838명으로 전년보다 급증했다. 선진국과 달리, 한국의 아동안전사고 발생률은 매년 증가 추세이며, 이 중 교통사고 발생률 추이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뿐,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는 매일 위험한 상황들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초록색 신호등을 무시하고 내달리는 차량, 빨간 신호를 보고도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 어린이 보호구역인 학교 인근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는 차량, 차 안에서 무릎 위에 어린이를 안고 타는 사람 등 우리는 ‘어린이 안전’을 잊어버린 일상의 모습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다.

차량뿐만 아니라 ‘자전거’ 또한 아동․청소년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는 픽시(fixie)형 자전거가 대세다. 이 자전거는 브레이크가 없는 고정기어 자전거로 현행법상 경주 전용 트랙에서만 탈 수 있지만, 발로 페달을 갑자기 멈출 때 바퀴가 밀리며 느껴지는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는 이유로 많은 청소년들이 일반 도로에서 타고 있다. 관련 부처의 제재 없이 픽시 자전거는 계속 판매되고 있으며, 또한 기존 자전거 역시 불법으로 개조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1인용 자전거를 2명이 함께 타는 위험천만한 일들도 일어나고 있다. 한명은 앉고 한명은 선 채로 위험천만한 내리막길을 달려 내려온다. 물론 헬멧을 착용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처럼 아동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들이 도처에 산재되어 있다. 사고는 항상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방관만 하다가 다시 한탄하고, 분노하고, 비난만 하고 있을 것인가?

◇위험한 도로상황

아동을 위한 법 개정, 그러나 아동이 최우선이 아니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인 ‘세림이법’이 시행되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론에서 어린이통학차량 사고와 관련된 뉴스는 더 이상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유사한 사고들이 발생되며, 아동들이 해마다 다치고 사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해당 법이 추구하는 목적과 관련법을 제정하게 된 핵심 당사자, 정책이행 방법과 평가 및 처벌 기준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시행하기를 촉구해야한다.

이에 앞서서 도로교통법 개정 당시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어린이통학차량(9인승 이상 버스 · 승합차) 사용자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후, 관할 경찰서 신고를 하도록 의무화 되었으며(위반 시 과태료 30만원 부과), 어린이나 유아를 태울 때는 승·하차를 돕는 성인 보호자가 탑승을 해야 되고, 보호자가 안전 확인(안전띠 착용 위반 시 과태료 6만원 부과)을 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신규 대상자는 운행 전, 정기 대상자는 2년마다 안전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미이수 과태료 8만원 부과).

이 법에는 형식은 있으나, 핵심이 간과되어 있다.

법 개정 이후 발생된 통학차량 아동 사망사건들을 살펴보면 사고 차량은 어린이통학차량으로 신고된 차량이었으며, 관계자는 안전 교육을 이수했고 해당 차량에는 보호자가 동승한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실제 현실에서는 이러한 의무사항들이 소용이 없었다. 형식에 그친 의무였었기 때문이다. 안전교육은 ‘이수’에만 끝난 상황이었고, 어떤 보호자는 인솔하는 아동들이 모두 있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이 모든 상황에 정작 주인공인 ‘아동’은 없었다.

안전교육을 2년 마다 이수해야 하는 것은 어떤 기준에서 필요한 것이며, 보호자 동승이 어떤 역할을 의미하는 것인지 우리는 다시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15인승 이하의 학원이나 체육관 차량인 경우는 보호자 동승을 2년 간 유예하였는데 이 또한 누구를 위한 유예인지도 불분명하다.

아동 안전 기준을 강화하기 위해 제정된 법안이었지만, 어른의 시각에서만 바라 본 형식적인 법안이었음이 드러났다. 각 사항의 과태료 금액 역시 아동의 안전과 생명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수준을 여실히 나타낸 숫자이다. 어른들이 부실한 법을 쌓고 이를 묵인하는 동안, 아이들은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다. 어른들이 아닌 아이들이 대가를 치른 셈이다.

◇‘아동안전’에 대한 인식과 이에 따른 사고 현황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2016년 5월 27일부터 6월 30일까지 아동 2,000명, 부모 2,000명 및 교사 67명을 대상으로 ‘아동 생활환경 안전 실태 및 아동안전교육 현황’을 조사한 바 있다. 그 결과, 조사에 응답한 아동 중 12.5%의 아동이 최근 1년간 안전사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아동, 부모, 교사 응답자 모두 아동 안전교육 영역 중 교통안전교육이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하였다.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를 보더라도 2004년 이후 아동의 사망원인 1위는 ‘교통사고’로 나타나고 있다. 아동, 부모, 교사는 아동이 일상생활에서 교통사고에 대한 위험상황에 노출되어 있다고 보고 있고, 때문에 교통안전교육에 대한 욕구가 많다.

일반 시민들의 안전 의식 역시 아동들의 안전을 위해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다. 201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4.4%의 응답자가 ‘운전 시 교통법규 준수를 거의 하지 않거나 가끔 한다’라고 대답했으며, ‘무단횡단을 항상 하거나 자주 한다’는 항목에도 6.7%의 응답 비율을 보였다. 한편 안전 예방 및 강화를 위한 물품사용과 관련하여, ‘카시트 사용’ 항목에는 13.3%, ‘헬멧 착용’ 항목에는 11.2%의 피조사자가 ‘거의 안하거나 가끔 사용한다’고 응답하였다. ‘안전사고 관련 경험’분야 역시 ‘교통사고’ 비율이 3.1%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시민들의 안전 준수 현황을 고려해 볼 때, 잠재적인 사고발생율이 매우 높다고 추정할 수 있다.

◇아동 안전을 위한 정책 재정비가 필요한 때

더 이상 어른들의 잘못으로 위험에 처하는 아동들이 생기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기존의 정책을 재정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아래와 같은 사항이 지켜져야 한다.

첫째, 아동 안전을 위한 정책은 ‘아동’에게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아동은 위험에 노출되었을 때 감정에 따라 행동하거나 한 가지 현상에만 집중하는 특성이 있다. 또한 일반 성인보다 오감과 운동능력, 지각력 등이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 사고에 더 취약하다. 때문에 아동은 성인보다 생활환경 속 위험요소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으며, 약자 입장인 아동의 시각과 입장에 초점을 맞춘 안전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둘째, 아동 안전을 책임지는 ‘컨트럴타워’ 기관을 설립해야 한다.

헌법 제34조 제6항에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국가는 아동을 재해로부터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다. 아동안전과 관련된 법률들을 살펴보면 영유아보육법, 아동복지법, 어린이놀이시설안전관리법,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 실종 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이 있으나, 이들은 모두 부분적으로 산재해 있으며 아동안전종합대책도 각 부처 소관으로 책임 역시 나뉘어져 있다. 그 결과 실제 아동안전사고 및 문제가 수면 위에 떠오르면, 이에 대한 컨트롤타워가 부재하여 체계적인 대처가 되지 않는 것이다. 아동 안전을 담당하고 있는 보건복지부를 컨트롤타워로 지정하고, 아동 안전의 역할과 책임을 부여하도록 촉구되어야 한다.

셋째, 아동안전 정책을 예방 중심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다양한 연구조사를 비롯해, 안전사고 유형 및 다발지역 등의 통계 결과를 반영하여 예방 중심의 구체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물리적 환경 부분을 고려할 때, 사고 다발 지역을 중심으로 대안을 마련해 나아가야 한다.

이 대안은 우리의 일상을 돌아볼 때 충분히 찾아볼 수 있는 사항들이다. 주택가 도로는 차도와 인도로 명백히 구분되어야 하며, 아동이 안전하게 걸어 다닐 수 있도록 인도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한다. 또 다른 사항으로는 학교 앞에 육교 및 횡단보도가 공존하는 도로의 경우 아동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이 있다. 이와 더불어, 보행자 우선 교통법규체제로 전환하여, 자동차 및 도로교통 단속을 강화하고 자동차 속도 제한을 법적으로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

넷째,통학차량에 대한 개입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는 통합적인 시각에서 아동안전을 위한 점검해야 한다. 우리 지역에 어린이집, 학원 등의 아동통학차량이 지나치게 많지 않은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통학차량 사고 현황을 보면, 특히 경기 지역에서 많이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경기 지역의 어린이 통학차량은 총 13,761대로, 전국 통학차량 중 20.4%를 차지할 만큼 가장 많은 차량이 집중되어 있다. 이 중 어린이집 차량이 41.8%의 비율을 차지한다(학교안전공제회, 2015). 또한 불편하더라도 집 앞이 아닌 지정된 승하차 위치 마련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아동들이 통학차량 탑승에 적절한 연령인지 등 다양한 세부 사항들을 고려되어야 한다.

이 후에는 충분한 검토에 따른 의무 사항들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정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의 개입을 강화해야 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재근 의원이 2015년 9월 경찰청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 ‘2015년 어린이통학차량 전수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7만 7123대의 어린이 통학차량 중 신고된 차량은 5만 4444대로 70.6%에 그쳤다. 10대 중 3대는 안전 기준에 맞도록 차량을 개조하지 않거나 동승자 탑승을 미루고 있는 차량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제도의 허점으로 아동의 안전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 ‘움직이는 스쿨존’(Walking School Zone) 캠페인
▲ ‘움직이는 스쿨존’(Walking School Zone) 캠페인

◇아동안전을 위한 다각적 실천

제도적 정비만으로 어른들의 역할을 다 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람들의 인식 변화, 환경변화, 시스템 변화가 병행될 때, 우리는 진정한 어린이 안전 문화를 꽃피울 수 있다. 시민 인식 변화를 위해 아동의 연령, 성별 특징을 고려한 차별화된 교육을 필요하며 경험적, 실천적인 형태의 소그룹 교육이 전개되어야 한다. 한편, 아동․청소년들이 안전 장비 사용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기 보호를 위한 교통안전 수칙 등을 스스로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 사회에서도 아동안전을 위한 활동들이 전개되어야 한다. ‘움직이는 스쿨존’(Walking School Zone)이라고 불리는 한 캠페인은 노란색 카드를 아동의 책가방에 부착하여 아동의 존재를 알리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으며, 뿐만 아니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함께하는 구룡포 마을 지역에서는 아동들이 직접 어린이 스쿨존 개선, 불법주차 단속 활동에 참여하여 스스로 어린이 안전지대를 넓혀나가고 있다. ‘옐로 카펫’ 캠페인 역시 차량 운전자들이 횡단보도 앞 대기하는 어린이들을 잘 볼 수 있도록 노란색 지대를 마련하는 캠페인으로, 스쿨존 환경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정책의 변화는 아동 옹호 활동의 핵심이다. 아동 개인과 지역사회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책의 변화로 더 많은 생명을 보호하고 구할 수 있다. 법․제도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사후 치료나 처벌에 집중될 것이 아니라 예방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하며, 법아래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명확한 전달체계 주체가 제시되어야 한다. 법 위에 미래의 주인공인 ‘아동’을 다시 올려놓을 수 있는 그 날을 꿈꾸어본다.

이 기사는 더리더(theLeader)에 표출된 기사로 the Leader 홈페이지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기사를 보고 싶다면? ☞머니투데이 더리더(theLeader) 웹페이지 바로가기

우리시대 리더를 페이스북을 통해 만나보세요~!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