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적인 '지젤'위해 마임버리고 표정 연기에 집중"

김고금평 기자
2015.05.30 05:40

[인터뷰] '그램 머피의 지젤' 주인공 맡은 황혜민 수석 무용수…연약한 소녀에서 강인한 여성으로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한지 올해 14년차인 황혜민 수석 무용수는 스토리만 빼고 모든 것이 바뀐 새로운 '지젤'에서 주인공을 맡아 오는 6월 13~17일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줄거리만 빼고 모든 걸 바꿨다. 오는 6월13~17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그램 머피의 지젤’ 얘기다. 유니버설발레단이 호주 출신의 세계적인 안무가 그램 머피에게 주문해 새롭게 탄생한 이 세계 초연작은 베테랑 무용수들도 고개를 갸우뚱거릴만큼 변화의 폭이 크다.

지젤이 알브레히트를 만나 사랑을 하다가 배신을 당한다는 줄거리를 제외하고 음악, 안무, 세트, 의상 등이 모두 새롭게 각색된다.

‘지젤’의 클래식 버전에서 주인공 지젤 역을 오랫동안 맡아온 유니버설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황혜민(37)도 이 작품을 받았을 때, 난감했다.

황혜민 유니버설발레단 수석 무용수.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지젤’은 전통 발레극에선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어서, 이번 역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파격’으로 유명하신 그램 머피 안무가의 새로운 스토리텔링과 무대 세트 얘기를 듣고는 걱정이 많았어요. 기존 역할과 이미지에 맞춰져 있던 제가 새롭게 하다 이상하게 될까 고민이 적지 않았죠. 그러다 이번 기회에 지젤의 색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호기심에 적극 나서게 됐어요.”

그램 머피가 손을 댄 지젤은 지고지순하고 연약한 소녀에서 강인한 여성의 이미지로 바뀌었다. 기존의 차분한 음악도 한국의 북 장단 등 흥겨운 요소를 가미해 역동적인 안무와의 조화를 모색했다. 무엇보다 주인공의 ‘연기’가 특별히 요구됐다.

“클래식 ‘지젤’에선 발레 판토마임이라고 해서 마임이 중요한 표현의 도구였어요. 손으로 대화하는 행위들을 통해 관객들이 대화를 읽었다면, 이번 작품에선 그런 마임이 하나도 없어요. 제 얼굴 표정과 춤으로 모든 걸 이야기해야 하거든요.”

황혜민 수석 무용수는 새로운 '지젤'을 위해 하루 10시간 이상 연습에 매진한다. 그는 "쉬는 시간이 별로 없어 연습이 끝나면 '폭식'하기 일쑤"라며 웃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리허설 연습 장면에서 보여준 그의 연기는 드라마 연기자 못지않은 감정 표현으로 주목받았다. 우수에 찬 눈빛, 아련한 그리움을 던지는 듯한 표정들이 생생하게 포착됐다. 실제 무대에선 객석과의 거리 때문에 표정 연기가 와닿지 않을 것 같다고 하자, 그는 “무용수는 표현을 알아챌 수 없는 뒷모습에서도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도록 해야한다”며 “춤은 연습으로 가능하지만, 연기는 연륜과 경험에서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그가 ‘지젤’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지젤이 미치는 광란신이다. 더 세밀하게 말하면 ‘광란신 속의 무표정’. 이 어울리지 않는 이율배반적인 연기와 춤을 선호하는 건 이 순간이 가장 어려운 연기를 요구받기 때문이다.

“제 안에서 꿈틀거리는 마음속의 표현을 무표정에서도 관객이 알아챌 수 있길 기대하는 거죠. 그걸 이해시킬 때 무용수로서 가장 보람이 큰 것 같아요.”

황혜민은 초등학교 4년 때 발레를 시작해 선화예중 1학기 재학 중 미국 유학을 떠났고 다시 모나코 왕립발레학교를 다닌 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마쳤다. 엘리트코스를 밟은 그는 2002년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했고, 72명 단원 중 수석 무용수 3명 가운데 한명으로 자리매김했다.

작은 키와 체구에도 선이 곱고 온몸을 통한 표현력이 유려해 발레단 입단부터 주연을 꿰찼다. 발레단의 맏언니지만, 그는 카리스마로 ‘통솔’하기보다는 전체와 ‘통합’되길 원한다. 리허설 연습에서도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장면을 앞두고 옆 후배에게 계속 듣고 묻기를 반복했다.

이제 은퇴를 고민해야할 나이인 그는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러시아 무용수 알티나이 아실무라토바처럼 늙는 게 꿈이라고 했다.

“얼굴도 너무 예쁘고, 풍기는 카리스마도 마음에 들어요. 무엇보다 어떤 역이든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했던 그 열정과 용기가 부러워요. 이번 ‘지젤’역도 제 것으로 만들기위해 최선을 다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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