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춤' '시건방춤'이어 '껄렁춤'만든 이 사람, 가수 데뷔

김고금평 기자
2015.06.03 05:35

[인터뷰] 싱글 '드루와'내놓고 가수 데뷔한 '포인트 안무의 대가' 이주선 단장

싸이의 '말춤'과 '시건방진춤'을 만든 이주선 단장. 이 단장은 최근 싱글 '드루와'를 내고 가수 데뷔를 선언했다. 이 곡에 맞춘 춤은 '껄렁춤'이다.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뜬 건 노래보다 안무, 즉 ‘말춤’ 덕분이었다. 이 춤을 개발해 전세계인들을 열광시킨 주인공이 이주선(42) 단장이다.

그의 솜씨는 ‘젠틀맨’의 시건방춤까지 이어져 ‘포인트 안무의 대가’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싸이와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14년, god와는 16년을 동고동락하며 ‘남의 안무’에만 매달려온 그가 최근 싱글 음반 ‘드루와’(DRUWA)를 내고 가수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실은 가수하려고 작정한 건 아니었어요. 가수에게 안무를 짜줄 땐, 가수들이 원하는 스타일에 맞춰야하는 경우가 많으니 완전히 ‘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어요. 안무를 하면서 늘 ‘제 춤’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고 할까요? 제가 하고 싶은 춤을 마음껏 춰보자고 한 게 동기였던 셈이에요.”

이 단장이 자신의 곡에서 선보이는 댄스는, 일명 ‘껄렁춤’이다. 옆으로 삐딱하게 서서 어깨와 팔을 이용해 한바퀴 휘둘러주는 댄스인데, 한눈에 봐도 쉽게 각인될 뿐 아니라 따라하기도 쉽다. 다른 가수에게 준 춤은 대부분 ‘정면’인데 반해, 그의 춤은 ‘옆면’으로 준 포인트가 핵심.

이주선 단장. /사진=홍봉진기자

“노래 스타일은 일렉트로닉 힙합이어서 ‘멋있게’ 추고 싶었는데, 뜻대로 안되더라고요. 정면으로도 연습해봤는데도, 별로 안 예뻐서 옆면에서 포인트를 줬어요. 옆으로 살짝 웨이브를 줘서 손과 팔을 살짝 흔들기만 하면 돼요.”

그렇다고 그의 춤이 싸이처럼 ‘코믹류’는 아니다. 이 단장은 “나는 코믹이랑 안맞고 코믹춤을 별로 안좋아한다”며 “싸이의 ‘말춤’도 처음엔 멋있는 춤이었는데, 싸이가 ‘재해석’한 것”이라고 했다.

이 단장은 올해 춤 경력만 20년, 안무를 짠지는 15년째 접어들었다. 안무에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포인트’다. 가수들 춤뿐 아니라, 외환은행 인천공항 하지원 편이나 삼성지펠 이삭 ‘싸이&이승기’ 같은 광고에서도 하나의 ‘포인트’를 빼놓지 않는다.

그의 포인트 춤은 중국에서도 ‘국민춤’을 만들어냈다. 이 단장이 만든 중국 그룹 젓가락형제의 ‘작은 사과’ 안무는 중국 SNS(소셜네크워크서비스) 중 하나인 웨이보에서 5억 명 이상이 시청했을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 안무를 걸그룹 티아라가 다시 사용했을 정도였다.

“다른 안무가들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포인트’쪽에서는 나름 자부심 있다고 생각해요. 안무는 아무리 화려해도 기억에 남는 포인트가 없으면 짜지 않는 게 제 스타일이거든요.”

순간의 미학을 그리는 포인트 춤은 어떤 영감에서 나올까. 그는 “그런 거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아이디어는 오로지 ‘거울’의 힘에 의존한다. “어릴때부터 연습을 엄청 했어요. 어떤 동작이든 거울 앞에서 이런 동작, 저런 동작을 밤새가며 연습했죠. 거울 앞에서 ‘나’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동작은 버리기 일쑤였어요. 제 포인트는 연습의 결과라고 봐야하죠.”

이 단장이 안무를 짤 땐 오로지 노래만 1000번 이상 듣는다. 한번 틀기 시작하면 이틀 동안 노래만 듣고 노래 속 리듬이나 박자가 어떻게 이뤄지고 진행되는지 몰두한다. 안무는 노래를 완벽히 이해하는 순간 시작되는 것이다.

어릴때부터 춤에 미쳐 밤을 새며 연습했다는 이주선 단장. 그는 '포인트 안무의 대가'로 통한다.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오는 7월15일 예정된 싸이의 새 음반이 미뤄진 것도 ‘포인트 안무의 미완성’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 단장은 그러나 “춤보다는 노래의 완성도 때문에 출시가 늦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싸이가 원한다면 언제든 ‘출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이 단장은 불혹의 나이에도 여전히 무대에 오른다. 지난 5월 한 달간 싸이가 20여 차례에 이르는 대학 축제에 나설 때, 이 단장도 합류했다. 무대에선 은퇴할 나이 아니냐고 묻자, 그가 웃으며 말했다.

“춤은 제 인생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아도 금세 잊게 해주는 약이 춤이에요. 사실 무대에 오르는 현역 댄서치고는 최고령일 수 있는데, 그래도 계속 하고 싶어요. 앞으로 ‘춤꾼’ 이주선 말고 ‘신인 가수’ 이주선으로도 잘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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