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러브콜' 많지만, 작가의 선 지킬 것"

김고금평 기자
2015.06.03 05:42

[인터뷰] 올해 첫 개인전 여는 정경연 홍익대 교수…"장갑엔 인간의 평등 살아숨쉬어"

올해 첫 초대 개인전 여는 정경연 홍익대 교수. 그는 최연소 교수 등 화제의 인물이었고, 지난해 '올해의 최우수예술가상'을 받는 등 수많은 수상의 주인공이었다.

그의 이력을 보니, ‘화제’아니면 ‘수상’ 둘 중 하나였다. 만 19세 시집을 간 드문 사례의 주인공이라는 점, 26세 최연소 미술대학 교수직에 오른 것은 모두 ‘화제’의 영역.

너무 긴 수상의 흔적을 대표적으로 간추리면 바그다드 세계미술대회 동상(1986), 서울국제아트페어 초대작가 대상(2005), 대한민국 디자인 대상 근정포장(2006), 이중섭 미술상(2008), 대한민국미술인상 여성작가상(2012) 등이다.

지난해엔 최고의 수상 기록도 세웠다. ‘올해의 최우수예술가상’을 비롯해 ‘제25회 목양공예상’까지 거머쥐었다.

주인공은 국내외 41회 개인전과 1000여 회에 이르는 단체전을 소화한 ‘미술계 엘리트’ 정경연(60) 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다.

그가 지난해 걸출한 수상 이후 첫 초대 개인전을 연다. 3일부터 7일까지 서울 양재동 aT센터 제1전시관에서 열리는 ‘아트앤 라이프 쇼’(Art n Life Show)를 통해서다.

정 교수 작품의 주요 소재는 ‘장갑’이다. 장갑위에 오일을 덧입히거나 설치물을 다는 식으로 작품 세계도 폭넓다.

“제가 19세에 결혼해서 바로 미국 유학을 갔는데, 어머니가 소포로 보내준 물건이 목장갑 한 박스였어요. 그걸 보고 장갑에 솜 넣고 그림 그려 다시 선물로 보내려고 하는데, 교수님이 졸업전에 한번 출품해보라고 권유하더라고요. 반응도 괜찮고 나름 재미있겠다 싶어 지금까지 계속 소재로 사용하고 있어요.”

그의 ‘장갑 작품’들은 때론 발자국처럼 찍혀 지나간 흔적을 더듬어보는 추억의 도구이기도 하고, 인간의 손을 대리한다는 점에서 따뜻한 아날로그 느낌을 재생하기도 한다. 여러 컬러를 뒤섞어 놓은 어지러운 장갑 무더기에선 노동자의 생생한 하루를 체감할 수도 있다.

“제게 장갑은 동양화가가 화선지에 먹물 쓰거나 서양화가가 캔버스에 오일 칠하는 것처럼 중요한 재료예요. 장갑은 서민적이고, 인체의 손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생생한 일상을 표현할 수 있죠. 게다가 노숙자든, 대통령이든 장갑에 들어간 손은 언제나 평등해요. 그 안에선 원초적인 삶의 이야기를 마음껏 펼칠 수 있거든요.”

젊었을 때부터 화제를 몰고 다닌 데다, 성격 또한 사교적이어서 정치권으로부터 ‘러브콜’을 수시로 받았다. 그때마다 그는 “정치가 싫다”며 “작가는 정치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치하면 잘할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듣긴 했어요. 비례대표를 주겠다는 제안도 많았고요. 하루는 남편이 김일성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알려주면서 ‘그것도 아직 모르고 있었느냐’고 핀잔을 주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말했죠. ‘하루 늦게 알아도 생활하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고요.”

그렇게 그는 미국 유학 시절 매일 밤을 새우며 작업에만 몰두했다. 고된 작업의 결과로 요즘 손에 관절염이 생겼다는 그는 “작업하기가 예전만큼 수월하지 않지만, 오는 8월 안식년이 끝나고 다시 학생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뛴다”며 소녀처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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